꽃무릇/ 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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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927]
꽃무릇/ 신기자
우리 가면 놀이 해볼까요
다채로운 표정에 나를 넣고 천년 고찰에 깃들어 보아요
무상으로 넘나들던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번지에 가면
평생 드나들며
반야심경 한 줄 외지 못했지만
자식 안위 위해 합장하던 당신이
해탈은 멀리 있어
꽃무릇이 되었는지, 구월이면 온 사방에 구구절절
당신 가슴처럼 붉게 타올라요
그럴 때면, 입었던 천의 가면을 벗고
숨을 버리며 일주문에 들어서요
눈과 귀와 입을 여민 채
당신 뒷모습 잔드근히 만지며
굽이도는 도솔천 품 따라 걸어요
그믐달 같은 미소가 꽃무릇에 앉네요
24 고창 선운사 꽃무릇 축제 시화전 당선작/240927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천년 고찰에 가면, 나도 모르게 엄숙해진다. 아니, 경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본문처럼 천의 가면을 벗고 도솔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탈이라는 큰 단어 보다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위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꽃무릇에 앉은 그믐달의 미소가 내게 다가온다. 반야심경을 몰라도 저절로 부처가 된다. 내가 선운사에 간 것이 아니라 선운사가 나를 품은 것이다. 시인이 합장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공즉이 시색이며 시색이 공즉이다. 삶은.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신기자 프로필)
전북 고창, 전국 상춘곡 문학제, 전국 대덕 백일장, 전국 한밭 문학 공모전, 전국 꽃무릇 창작 공모전 입상 외 다수 수상
신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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