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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예요?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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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4-10-07 21:05

본문

내가 누구예요?

=박판식

 

 

    꿈속에서 나는 병뚜껑 같은 걸 따고 있다. 마분지에 난 구멍

    가방 왈자고리, 뼈만 남은 우산, 반쪽의 달걀 껍데기

    나는 마음이 얼마나 얕은 개울물인지 알고 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입니까? 당신의 집주소는요? 여기는 어디죠?

    자 이 세 가지 물건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누군가 뱉은 침, 졸음, 바닥이 탄 냄비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문득 일흔여덟의 늙은이가 되어 있는 나를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나의 영혼은 고깃집의 갈고리에 매달려 있다, 파리들이 달라붙는다

    자 이제 다시 계속해볼까요

    어디든 마음을 다해 가라, 이 문장을 똑같이 따라 해보세요

    누구든 내 마음에 들어오세요

 

    지상에서의 행복이 소나기 같다는 걸 그 누가 모르겠는가

 

 

   문학동네시인선 170 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058



   얼띤 드립 한 잔

    시적 자아는 이미 죽은 상태다. 일흔여덟까지 살다가 간 노인, 병명은 치매였다. 이미 땅밑에 기거하지만, 그곳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관 보다는 그래도 지상에서의 행복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그 행복도 추구하는 자의 몫이니, 가만히 있거나 틀어박혀 있는 자는 땅밑 세계관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병뚜껑 같은 걸 따고 있다. 병뚜껑, 남쪽을 가리키는 병과 그 병을 막고 있는 뚜껑은 무엇일까? 병에 든 콜라 한 잔 마시기 위해 병따개를 들며 그 뚜껑을 따듯이 뚜껑을 따보아야 그 속을 알 수 있겠다. 실은 병뚜껑 같은 걸 따고 있지만, 이는 시적 주체의 행위가 아니다. 시적 객체의 행위를 시적 주체가 받는 느낌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치 병뚜껑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마분지는 마+분지로 그 분지는 원줄기에서 뻗어 나간 줄기 분지分枝보다는 동이에 담은 지역 분지盆地로 보는 것이 낫겠다. 구멍이 났으니까. 무엇이 새나갈 것 같은 암시다. 가방은 마음을 상징했다면 왈자고리는 가라사대() ()의 이음매 역할을 묘사한다. 뼈만 남은 우산, 내리는 비는 막을 수 없을 것 같고 반쪽의 달걀 껍데기에서 알고 보면 아무것도 없는 진실의 반하는 물질과의 교감이었다. 무엇이? 시가 그렇다는 얘기다. 나는 마음이 얼마나 얕은 개울물인지 알고 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입니까? 잊었다. 당신의 집주소는요? 잊고 있었고 여기는 어디죠? 바깥인 것을 깨닫는다. 자 이 세 가지 물건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세가지는 이의 알로 서캐라고도 하고 서캐가 방언이라면 석화가 표준어가 된다. 돌의 꽃이든 이의 알이든 뜯고 있는 저 허공은 내 모르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누군가 뱉은 침을 보고 있으며 졸음만 온다. 그러다가 깜빡 바닥이 탄 냄비가 생겨버리는 일상,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문득 일흔여덟의 늙은이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음을 인식하며 그간 지나온 시간을 되돌려 본다. 사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다만, 그간 써놓은 몇몇 글귀만 있을 뿐이고 그것마저 고깃집 갈고리에 걸린 고기 마냥 붉은색을 안으며 파리만 불러모았다. 파리, 시적 언어로는 또 하나의 계파를 띈 수척과 몰골로 이룬 무리다. 자 이제 다시 계속해 볼까요. 치매처럼 돌고 도는 꿈속에서 어디든 마음을 다해 가라, 이 문장을 똑같이 따라 해보세요. 타자하고 누구든 내 마음에 들어오세요. 들어간 이는 있어도 함께 나간 무리는 적고 그나마 소나기처럼 잠시 누린 행복이었다. 땅밑까지 스며드는 이 습기에 살이 푹푹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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