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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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일요일은 쉰다
구하는 사람이
10월 21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구하다가 그만두었다
구하는 일이 성욕처럼 사라졌나
더 급하게 구하는 사람이 10월 23일부터 구하기 시작했으니까
유능한 안전요원의 효과를 낸다
사용불가라고 써붙인 공중화장실에서
대화는
우는 사람이 더 우는 사람에게 지고
떠는 사람이 더 떠는 사람에게 진다
터무니없이 적나라해서 구하는 사람들은
꼭 끌어안을 각오 없이도 끌어안는다
더 죽은 사람이 있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듯이
목소리는 많아지는데 후각이 안 미친다
문학동네시인선 172 조말선 시집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028-029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로 사용한 ‘게시물揭示物’은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보게 한 물건이나 글이다. 그러면 시 문장을 하나씩 본다. 일요일은 쉰다. 대체로 사람은 일요일에 쉬지만, 또 특별히 일이 없으면 일요일처럼 쉴 수가 있다. 그러니까 쉬는 날이 일요일일 수도 있다. 그건 시적 주체도 마찬가지며 시적 객체도 마찬가지다. 구하는 사람이 10월 21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구하다가 그만두었다. 시월과 날짜가 나왔다. 일주일이 7일 같으면 21일부터 26일까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된다. 시월이 시월詩月처럼 들리고 이십일일은 二十一一, 두 개의 십 완벽한 개체를 뜻하며 일일은 하나하나다. 이십육일은 二十六一은 두 개의 십 완벽한 개체라면 육六이 육肉으로서 몸통을 뜻한다면 그 몸통이 하나가 될 때까지 구하는 일, 그 일을 그만두었다. 구하는 일이 성욕처럼 사라졌나? 그러니까 인식과 더불어 사정했다면 즉 죽어버렸다면 성욕으로 비유를 들 수도 있겠다. 더 급하게 구하는 사람이 10월 23일부터 구하기 시작했으니까. 二十參一은 삼參은 간여한다는 뜻으로 시 주체나 시 객체 모두 간여한 것이 된다. 구하려고 보는 시 객체나 삶을 좀 더 지탱하고자 하는 시 주체의 관계가 간여한다는 삼이다. 사용 불가라고 써 붙인 공중화장실. 공중은 허공이다. 시 주체나 시 객체 모두 배설은 허공을 지나가니까 그러고 보면 묘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대화는 우는 사람이 더 우는 사람에게 지고 떠는 사람이 더 떠는 사람에게 진다. 파고들면 시는 질 수밖에 없고 파고들어도 영 맹한 것도 있으니까. 시는 시다. 터무니없이 적나라해서 구하는 사람들은 꼭 끌어안을 각오 없이도 끌어안는다. 이쪽도 저쪽도 다 필요 때문에 안고 있으니까. 더 죽은 사람이 있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듯이 목소리는 많아지는데 후각이 안 미친다. 시의 생명력을 말한다. 한 줄 시 글귀보다 감상평이 좀 더 길 듯이 목소리는 터무니없이 길고 후각은 안 미치니 곡할 노릇이다. 후각은 뒷무대에 비친 어떤 뿔 같은 것 horn 혼, 혼이 닿아야 지면에 고이 내려앉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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