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연기 / 나금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무거운 연기 / 나금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3회 작성일 18-10-03 21:38

본문

무거운 연기 / 나금숙

 

 

 

 

     모든 변신을 사랑한다 무너지며 포효하는 검은 탑, 검붉은 벼랑, 광풍이 뒤집는 사시나무 잎사귀, 옆구리를 찢는 물고기의 물결,

 

     벌어지는 꽃잎 속에 파묻힌 거미, 참나무 껍질에 이빨을 박는 박새의 착란,

 

     오 나는 변형을 사랑하네 네가 나를 꾸욱 터치할 때, 오십 센티 끈끈한 바탕 화면에서 응고된 세계가 밀가루처럼 풀리고, 그러므로 땅 속 지도를 바꾸는 유충은 숭고하다.

 

     무겁게 날개를 젓는 알바트로스처럼 땅 속을 휘젓는 그들은 부드러운 살 속에서 직선으로 달아나려고 한다

 

     휘어짐이 새 근육을 만들면, 응집된 구석은 밀려나고 밀리고 밀려 얇아지고 그 위에 지느러미들, 힘찬 꼬리들이 지어내는 모든 자웅동체들을 사랑한다.

 

     자웅동체 아닌 것들을 사랑한다 하나였다가 나뉘어진 것들을, 내 몸인 듯 내 몸 아닌 내 몸 같은

 

     그러면서 휘발하려는 향을 가두는 향 제조사들 뚜껑을 닫는다, 세기의 급한 눈꺼풀을.

 

 

 

鵲巢感想文

     시제부터가 재밌다. 무거운 연기煙氣. 연기는 원래 가볍다. 불을 지피거나 무언가 태울 때 떠오르는 기운이다. 물론 가라앉는 경우도 있지만 대충 바람에 날아간다. 여기서는 어떤 기운을 제유했다.

     박새처럼 글을 파고 글의 그 매력에 착란 같은 일이 있었다. 숨죽이며 걷는 거미를 낚듯 아니면 포효하는 검은 탑을 쌓아 올리기 위한 제반적인 여러 사랑의 표현이다. 이러한 사랑은 모두 가변적이며 마치 벌어지는 꽃잎 속을 보듯 꾸욱 터치하고 만다.

     그러므로 땅 속 지도를 바꾸는 유충은 숭고할 따름이다. 유충은 독자를 제유한 표현이겠다. 마치 번데기에서 부화한 성충과도 같지만 그 성질은 다르다.

     여기서 독자를 제유한 문구를 가려보자. 무너지며 포효하는 검은 탑, 검붉은 벼랑, 광풍이 뒤집는 사시나무 잎사귀, 옆구리를 찢는 물고기의 물결, 벌어지는 꽃잎 속에 파묻힌 거미, 참나무 껍질에 이빨을 박는 박재의 착란, 알바트로스처럼 땅 속 휘젓는 그들, 지느러미와 자웅동체 및 향 제조사와 세기의 눈꺼풀은 모두 독자의 이면적 표현이다. 숟가락은 그대로인데 휘어진 세계를 우리는 보고 있다.

 

     이 가을 미친 듯이 책만 읽고 응고된 세계가 밀가루처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십몇 년 전이었다. 미국의 유명 마케팅 학자였다. 마케팅에 집중하라, 고객은 구멍을 뚫고 싶지 드릴을 사지 않는다. 마케팅의 제2법칙이었다. 제품을 팔지 마라!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뜻이었다. 정말 해결책을 도입하여 수년간 커피 교육을 했다. 커피 천하를 본다. 암담하다. 커피밖에 할 수 없는 이 시장에서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 땅 속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숭고한 유충의 길은 무엇인가?

 

     秋陰漠漠四山空

     落落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가을 하늘 아스라하고 사방 산은 휑한데

     소리 없이 지는 잎에 땅 가득히 붉었어라.

     다릿가에 말 세우고 돌아갈 길 묻노라니

     화폭 속에 내가 있는 줄 알지도 못 했어라.

 

     三峯 정도전鄭道傳.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에 이르러도 사방 산으로 빙 둘러싸였다. 이제 가을이다. 붉은 잎은 떨어져 마당을 더욱 붉게 만들 것이다. 정말이지 이 화폭에 휑하니 나는 서 있다.

     身在畵圖中

     塞鴻何處去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

     나금숙 전남 나주에서 출생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5건 7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2 0 10-17
14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7 0 10-15
1413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3 0 10-15
14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0 10-14
14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0 10-11
14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10-10
14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3 0 10-08
1408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0 10-08
14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1 0 10-08
14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3 0 10-05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4 0 10-03
14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2 0 10-03
14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8 0 10-02
14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 10-02
14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2 0 10-01
1400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0 10-01
139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6 0 09-30
1398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3 0 09-27
13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09-27
13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0 09-26
13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0 09-25
13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3 0 09-24
13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2 0 09-24
13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5 0 09-22
139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3 0 09-20
13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8 0 09-18
13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9 0 09-18
1388
추석/ 유용주 댓글+ 1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5 0 09-17
13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4 0 09-17
13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9 0 09-17
138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0 09-15
13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4 0 09-14
13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4 0 09-13
13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2 0 09-13
13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0 0 09-12
13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8 0 09-11
13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0 09-11
13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 09-10
1377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5 0 09-10
137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0 09-10
13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1 0 09-09
13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0 09-09
13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7 0 09-08
137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0 09-07
13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7 0 09-06
13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1 0 09-06
136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4 0 09-05
1368 安熙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9 0 09-04
13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 09-04
13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6 0 09-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