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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이야기 하는 것들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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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18-04-13 02:11

본문

저녁에 이야기 하는 것들 / 고영민

 

이 저녁엔 사랑도 事物이다

나는 비로소 울 준비가 되어 있다 천천히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늙은 나무를 보았느냐,

서 있는 그대로 온전히 한 그루의 저녁이다

 

떨어진 눈물을 주을 수 없듯

떨어지는 잎을 주을 수 없어 오백년을 살고도 나무는 기럭아비 걸음으로 다시 걸어 와

저녁 뿌리 속에 한 해를 기약한다

오래 산다는 것은 사랑이 길어진다는 걸까 고통이 길어진다는 걸까

잎이 푸르고, 해마다 추억은 붉을 뿐

 

아주 느리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저 나무의 집 주인은 한 달 새

가는귀가 멀었다

옹이처럼 소리를 알아먹지 못하는 나이테 속에도

한때 우물처럼 맑은 청년이 살았을 터이니,

오늘 밤도 소리를 잊으려 이른 잠을 청하고

자다 말고 일어나 앉아 첨벙, 몇 번이고 제 목소리를 토닥여 재울 것이다

 

잠깐, 나무 뒤로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나무를 따라와 이 저녁이 깊은 뿌리 속에 반듯이 눕는 것은 분명

또 다른 너 이거나 나,

재차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혼자 사는 저 나무의 집 주인은 낮은 토방에 앉아

아직도 시선이 집요하다

 

날이 조금 더 어두워지자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영영 들을 수 없게

나무 속에서 참았던 울음소리가 비어져 나온다

 

# 감상

조곤조곤 일기 쓰듯 수필처럼 써가는 산문 같지만 어렴풋한 은유들이 사방에서

번쩍인다

이 세상 일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한 그루의 나무가 온전히 한 저녁을 지배한다

나무의 일이면서 사람의 일이기도 한 침잠하는 저녁 한 때의 사색,

화자는 아픔처럼 박혀있는 내면을 나무라는 事物을 통해 끄집어 내고 있다

화자는 시를 쓰는 게 아니라 받아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안테나를 사방에 걸쳐 놓고 그 곳에서 발신 되는 온갖 형상들을 이미지화 하면서

독자에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즐겁게 본인의 내심을 풀어 놓는다

나무 한 그루에서 받아낸 담담한 저녁 한 때는 결국, 화자의 담담한 저녁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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