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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 함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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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6회 작성일 18-04-17 05:52

본문

무명시인 / 함명춘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가진 것이라곤 푸른 노트와 몇 자루의 연필밖엔 없었던

난 그가 연필을 내려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한 두어 번 부러진 연필을 깎을 때였을까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그는 마당 어귀 가장 낮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마당엔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구루가 서 있었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그러면

나비와 새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시인이라 불렀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기척이라곤 낙엽 같은 노트를 찢어대는 소리일 뿐

아니, 밤보다 깊은 울음소릴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을까

난 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하기야

나무와 새와 바람과 별들이 그의 유일한 독자였으니

세상을 위해 쓴 게 아니라 세상을 버리기 위해 쓴 시처럼

난 그가 집 밖을 나온것을 본 적이 없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자꾸적어 넣었다

더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연필심이 다 닳았을 때

담벼락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 줄의 시를 새겨넣고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끝내 그의 마지막 시는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그 몇 줄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것들만 주위를 맴돌았다

어떤날은 바람과 구름이 한참을 읽다가 무릎을 치며 갔다

누군가는 그글이 그가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라 하고

도 누군가는 그건 글도 시도 아니라고 했지만

더이상 아무도 귀에 담지 않았다

그가 떠난 집 마당, 한 구루 나무만 서 있을 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줄의 시처럼 세월이 흘러갔다, 흘러왔다

 

* 함명춘 : 1966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명시인> 외

 

# 감상

화자가 말하는 무명시인 그는 누구일까?

아마도 시를 좋아하는 이 세상 모든 張三李四 들을 말하는 듯 하다

텍스트는 장삼이사들의 혼재한 사색만을 글어모아 엮어 놓은 것 같다

 

꼭, 신춘문예나 유명 문학지에 등단 해야만 시인인가

시를 좋아하고 즐기면 모두가 시인이다, 신춘문예나 문학지에 등단

하고서도 시를 떠나버리면 그는 시인이 아니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낳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낳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냥 시와 함께 사는 사람,

스님이 절 떠나면 못살 듯 시를 떠나면 못사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은 자연과 노는 사람,

시인은 외롭고 궁핍 하지만 그런 시인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답다

-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그러면

- 나비와 새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천사가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이미지다

화자는 이런 이미지를 그려 내느라 호호 손가락 불며 수 많은

겨울밤을 보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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