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속의 여자/이명윤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수화기 속의 여자/이명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3회 작성일 17-11-15 08:48

본문

 

수화기 속의 여자

 

  이명윤

 

 

  어디서 잘라야 할 지 난감합니다. 두부처럼 쉽게 자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 어딘지 서툰 당신의 말, 옛 동네 어귀를 거닐던 온순한 초식동물 냄새가 나요. 내가 우수고객이라서 당신은 전화를 건다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수고객이었다가 수화기를 놓는 순간 아닌. 우린 서로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선생님, 듣고 계세요?'

  `.....................'

  `이번 보험 상품으로 말씀 드리면요'

 

  나와 처음 통화 하는 당신은 그날 고개 숙이던 면접생이거나 언젠가 식당에서 혼이 나던 종업원이거나 취업신문을 열심히 뒤적이던 누이. 당신은 열심히 전화를 걸고 나는 열심히 전화를 끊어야겠지요. 어떡하면 가장 안전하게, 서로가 힘 빠지지 않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요? 눈만 뜨면 하루에게 쉼 없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당신. 죄송합니다. 지금 저 역시 좀처럼 대답 없는 세상과 통화중입니다. 뚜뚜뚜뚜.

 

 

 

―《2006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시집수화기 속의 여자(삶이보이는창, 2008)

 

 

 

  시의 내용처럼 이런 전화 많이 받아보았을 것이다. 내게도 어떤 때는 하루에 몇 통씩 걸려오는데 내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새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사기 당할 정도의 딱히 가진 거 있지도 않지만 어리숙하게 피싱사기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전화를 받으면 보통은 그냥 끊어버리는데 어떤 때는 좀 듣다가 중간에 바빠요 하며 다 들어주지를 못한다. 아마 대게는 나처럼 이렇게 매정하게 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 너무 자주 이런 전화를 받으면 화가 벌컥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다르다. 어렵게 전화기를 버턴을 누른 상대방의 마음 때문에 끊기를 매우 주저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런 일을 하는 알바 같은 비정규직 직업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몇 통의 전화를 걸어야 하고 기본급은 얼마이며 만약 성사가 되면 따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주위의 잘 아는 사람이거나 또는 가족 내 누이가 저런 일을 한다면 그래도 매정하게 끊어버릴 수 있을까.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감정 노동자라고 한다는데 견디기 힘들 정도의 언어폭력과 냉대에 거의 오래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 둔다고 한다.

   

  식물의 씨는 조건이 맞지 아니면 백 년이 있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시의 씨앗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리 씨가 우수 품종이고 종자가 좋다 하더라도 적당한 습기와 온도와 주변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발아될 수 없을 것이다. IMF 가 터지고 한동안 보험을 권유하는 전화가 상당히 많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냥 끊었다면 저런 시를 절대 쓸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스한 원초적 마음이 저런 시를 낳은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5건 78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65
팽이 댓글+ 1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11-25
10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9 0 11-23
10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4 0 11-21
106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0 0 11-20
106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2 0 11-20
1060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8 0 11-19
10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0 11-18
105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 0 11-17
105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0 0 11-16
105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8 0 11-15
열람중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0 11-15
105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1 0 11-14
10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0 11-14
105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0 11-13
105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8 0 11-11
105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0 0 11-11
104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7 0 11-10
10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0 0 11-09
104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8 0 11-08
104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0 0 11-07
104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 11-06
104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9 0 11-04
10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11-04
104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2 0 11-04
104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8 0 11-03
10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4 0 11-02
103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2 0 10-30
103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7 0 10-30
103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9 0 10-30
103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1 0 10-28
103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4 0 10-27
10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0 0 10-27
10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7 0 10-25
103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9 0 10-24
10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3 0 10-23
103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5 0 10-22
102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8 0 10-21
102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5 0 10-19
10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5 0 10-18
102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4 0 10-17
10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9 0 10-16
102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0 0 10-15
10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0 10-14
10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9 0 10-12
10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4 0 10-10
102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1 0 10-09
101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10-08
101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4 0 10-08
10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3 0 10-07
1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7 0 10-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