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재갈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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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재갈태일
푸른 물 뚝뚝 떨어지는 하늘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내 마음도 점점 잉크 색으로 풀어지며 마침내 파란 하늘이 되었습니다. 구름도 바람도 떠도는 풍경들도 내게로 와 꽃이 되고 달이 되었습니다. 수줍은 그것들은 눈물이고 그리움이고 낯익은 2인칭입니다. 풍경이란 허상인거, 개그의 몸짓 같은 거,
꽃반지 섬섬옥수에 끼고 조물주를 유혹합니다.
한국대표정형시선 006 姮娥의 마당놀이 고요아침 25p
얼띤 드립 한 잔
한때 시조에 미쳐 날뛰다가 여러 시조집과 이지엽 선생의 ‘현대시조창작강의’를 사 읽은 적 있다. 그때는 모든 말이 구수하게 들렸다. 그러다가 선생의 시집도 사놓고 그냥 몇 편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아니, 모 선배와 함께 카페에 오셔 깜짝 놀란 일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포항서 손수 운전하시어 오셨다니 놀란 일로 보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카페가 좋아 오시지는 않았겠지만, 조금 미소 지어본다. 시인의 시는 하나같이 특색이 있다. 대부분 사설시조로 종장은 있었어, 멎었어, 풀었어, 햇살이었어, 끝맺는 경우가 많다. 시조집 사놓고 읽지 않으면 그것도 예우가 아니겠다. 지금은 꽃이며 달이 되셨지만, 인간의 모든 행위는 유혹이 아닐까? 그 유혹을 잘 다룬다면 정말 신의 경지에 올라선 것 아닐까! 조금만 더 욕심내다가 모든 걸 잊은 일들 참 돌이켜보면 아찔하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대하는 것에도 수줍은 행세는 죽음을 부른다. 정말 칼 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배춧잎 한 잎들이기 어렵겠다. 내 쓰는 문자도 꽃반지 섬섬옥수에 지나지 않는 가냘픈 유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 한 장 놓이며 시간만 낚는 돌덩이로 저 푸른 웅덩이에다가 휙 던지는 것으로 만족하는 일 오늘도 다 갔다며 나는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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