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酒幕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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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酒幕
=백 석
호박닢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盞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p
얼띤 드립 한 잔
백석의 시집 ‘사슴’은 1936년에 발간하였다. 백석은 1912년생이므로 백석의 나이 만 24세 때 발표한 것이 된다. 참으로 문학적 소질이 탁월하며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이제 시를 조금 보는 눈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나이에 비하면 한 참이나 늙어 버렸으니 그간 헛공부한 셈이다. 시만 두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막은 여정에 밥과 술을 팔고, 돈을 받고 나그네를 묵게 하는 집이다.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둔다. 시의 정황은 주막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러니까 요즘처럼 포장마차와 같은 그런 곳이지만, 당대의 시대상과 백석 특유의 사투리를 감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호박닢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다. 붕어곰은 붕어를 오래 곤 국이다. 붕어는 한나라의 국왕이 승하한 것을 표현한다. 호박닢을 자세히 보면 좋을 호好에 엷을 박薄처럼 읽힌다. 그러니까 종이를 제유한다. 당시, 책이 귀했으리라 짐작하며 읽는다. 그러니까 필사처럼 다가온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盞이 뵈였다. 질들은, '길든'의 평북 방언이다. 팔八모알상은 테두리가 팔각 모양으로 만든 상이다. 싸리는 콩과의 낙엽 활엽 관목이며 갈대의 방언이기도 하다. 잔은 술잔이지만, 술잔 하나만 봐도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무엇을 담거나 내거나 그것도 갖가지 술로 빚어 말이다. 싸리를 그린다는 말, 꿈이다. 팔모알상에서 굳은 물질이라는 것 즉, 여러 상징을 떠올릴 수 있는 시의 표현력이다. 참, 우엔은 ‘위에는’의 고어 평북 방언이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장고기는 잔고기로 조그마한 물고기다. 아들아이는 자며 자를 상징한다. 앞니는 이로 말발로 본다면 뻐드러진, 뻣뻣하게 된 현상 즉 죽음을 은유한다. 여기서 죽음은 다른 한세상을 맛본 경험이겠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울파주, 울타리로 쓰는 바자라는 뜻 울바자의 평북 방언이다. 엄지는 짐승의 어미다. 장꾼은 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어떤 한 경계 너머에 대한 묘사다. 가끔 마음이 울적할 때 열어보는 백석 시집이다. 좋은 말벗이 따로 있을까? 그의 속내를 읽고 가슴 한 칸 들여놓을 집 한 채 있으려나 하며 마음 공 굴리는 일이야말로 오늘 하루 삶의 낙이 아닐까! 참으로 호젓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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