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쁨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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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쁨
=황인찬
잔디밭을 줄지어 걷는 오리들이 있고,
그것은 인간의 기쁨이다
그것이 인간의 슬픔이다
아이는 슬픔이란 빗물에 발이 젖는데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선생님은 대답 대신 그냥 웃었고
오리들은 자꾸 흙을 들쑤신다 무엇인가 있다는 양
꽁지깃도 세우고 엉덩이도 흔들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리들은 물위에 떠 있다 흙은 그냥 파헤쳐진 채로 있다
문학동네시인선 194 황인찬 시집 이걸 내마음이라고 하자 022p
얼띤 드립 한 잔
이 시를 읽으니 어느 한 경계가 떠오른다. 피안과 사바세계. 제 목숨이 다하여 간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일찍 마감한 사람도 있다. 사바세계에서는 피안에 대해 더욱 모른다. 그러므로 종교가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말이다. 그러한 어둠에 관한 생각도 없이 서둘러 간 사람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누워있을 것이다. 다만,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는 시련과 고난은 더더욱 없는 세계에서 그러나 그곳에서 유유히 어떤 유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상상을 갖는다. 이미 떠나간 사람이 생각나는 밤이다.
인간은 죽음의 세계에 있는 자다. 오리는 삶을 대변한다. 아이는 인간세계 즉 죽음에서 떠밀려 나온 일종의 그림자 같은 강시다. 선생님은 자로 하나의 시적 장치다. 잔디밭을 줄지어 걷는 오리,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다. 그것은 인간의 기쁨이다. 그것이 인간의 슬픔이다. 내 묘지 위에 누가 꽃을 얹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기쁨이다. 그러나 그 꽃을 가져다주는 이가 누군지 모르겠다. 이는 슬픔으로 닿는다. 그냥 지나쳐 가는 무대 1 혹은 무대 2의 등장처럼 말이다. 오리라는 말, 물론 동물적 심성을 그렸지만 오리는 오리誤理다. 순리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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