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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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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키코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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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24-09-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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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키코

=주하림

 

 

    테이블 위 케이크, 케이크가 난방에 녹고 있다, 동그란 어깨뼈를 드러낸 사촌 여자애들이 모여서 케이크를 먹는다, 긴 흑발의 언니와 동생들, 그만 먹자 키코, 크림은 몸에서 녹지 않아, 왜 크림은 입에서 녹잖아 의자에 앉아서 먹자, 여름에는 남자가 도망간다 멀쩡하게 같이 살던 남자가, 그후로 의자를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점점 좋은 의자를 모았고, 언니는 의자를 쌓아놓고 의자 꼭대기에서 창을 바라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녀 표정은, 빈방을 고통으로 채색하려는 듯, 더운 곳에 가고 싶다, 그리스. 덥고 인간의 환대로 가득한,

    언니의 의자 모으는 취미는 여름에도 가을에도 끝나질 않는다, 남자가 또 도망간 뒤 이제는 취미 대신 아나키스트 땅 거래 집문서 공부를 시작했지,

    마지막 꿈꾸기와 더 나은 꿈 기억의 두 가지 빛이 섞인다

    누군가 포크로 케이크 바닥을 긁는다, 동그란 어깨뼈에 맺히는 땀, 중학교는 다니지 말걸 파란 대문 뒤에서 옆 남고생 애들을 대주던 여자애와 오토바이를 타다 종아리 화상을 입던 애들뿐이었거든, 잠들기 전까지 괴기한 생각, 이제는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는 사촌들 그중 하나가 길바닥에서 발작하며 피거품을 뿜는다 간질이래 얘기 들었어?, 블러드 문blood moon에 고백을 받았대, 나는 너의 어느 쪽을 밀어도 만지고 싶은 미래, 기억은 자기를 알아보는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대, 하지만 천국에도 지옥에도 그런 에피소드는 없었지, 블러드 문이 뜬, 바닷가, 바닷가, 천국이 지나간 자리, 언니의 남자들은 언니 마음이 투사된 그림이야, 키코, 그를 잠깐 사람으로 왔던 신이 쓴 글이라고 생각해, 종아리 화상 때문에 졸업식 사진은 상반신뿐, 잘려나간 하반신들이 걷고 있을, 바닷가, 끈적거리는 피의 해변, 머리카락 크림 닿는 것이 싫어 단발이 되었다 졸업식에 올 수 없는 부모와 누군가에게 일일이 실망할 기운도 없다 120페이지 종아리 화상이 벚꽃 잎처럼 보인다 비가 오기 시작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시집 여름 키코 010-012p

 


   얼띤 드립 한 잔

    여름 키코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인물로 설정한 가상의 이름이다. 시의 발단은 여름이고 시를 형성한 동기는 아무래도 사촌 여자애들과 케이크, 그리고 남자다. 얼핏 보면 삼각관계 구도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소싯적 기억의 한 가닥이며 이것이 모든 시의 발단으로 보인다. 120페이지 종아리 화상이 벚꽃 잎처럼 보이며 비가 오기 시작했으니까. 테이블 위 케이크. 테이블은 딱딱하고 사각의 이미지를 내포한다. 그 위 케이크는 먹는 것, 먹을 수 있는 시의 자재다. 이것이 난방에 녹고 있다는 말은 이것으로 인해 감정이 뒤섞인 어떤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동그란 어깨뼈를 드러낸 사촌 여자애들은 완벽한 자다. 그 이유는 동그랗다는 형용사로 꾸밈이 있고 이는 또렷하게 둥근 것을 의미함으로 구체를 대변한다. 이들은 긴 흑발의 언니와 동생들로 더 자세히 명기한다. 그러다가 그만 먹자 키코, 하며 한 마디 던진다. 무슨 끔찍한 사건을 떠올리다가 아, 이제 됐어. 그만해, 하며 한소리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때 남자가 도망간다. 여름이며 기억을 떠올린 순간이다. 그 후로 의자를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방에는 앉을 의자가 모자란 것도 있었고 어딘가 의지할 곳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므로 그녀의 표정은 남자 없는 빈방은 고통으로 닿으며 그리스만 떠올린다. 그리스는 외국을 상징한다. 좀 더 자세한 것은 바깥의 통칭이며 기계의 마찰 부분에 쓰는 매우 끈적끈적한 윤활유가 그리스이기도 해서 다만 끈적한 무엇을 느끼고 싶을 뿐인 것이다. 언니의 의자 모으는 취미는 여름에도 가을에도 끝나질 않는다. 어딘가 하나 빈 곳이 있다면 사람은 충족할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다. 이는 곧 영혼의 충전이며 만족적 행위로 닿는다. 남자가 도망간 뒤 취미 대신 아나키스트 땅 거래 집문서 공부한다. 무정부 상태다. 옳고 그름이 없는지 말하자면 마구잡이식 몰입이 필요했다. 마지막 꿈꾸기와 더 나은 꿈 기억의 두 가지 빛이 섞인다.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의 꿈 그것은 오로지 동그란 어깨뼈에 달렸다. 그러므로 포크로 케이크 바닥을 긁는 행위가 시작된다. 포크는 연필을 상징한다. 이때 케이크는 흰색을 상징한 거로 새로운 꿈의 이식이다. 그러나, 중학교는 다니지 말 걸 파란 대문 뒤에서 옆 남고생 애들을 대주던 여자애와 오토바이를 타다 종아리 화상을 입던 애들뿐이었다. 그러니까 이때 무슨 사고가 있었다. 악몽과 같은 종아리 화상, 종아리種我理 씨처럼 맺힌 나의 이치에 지울 수 없는 화상이었으니까, 물론 그건 데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며 순간 뜨겁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촌들, 길바닥에서 발작하는 간질까지 블러드문(핏빛 달), 피를 본 것이다. 고백을 받았고 사실 고백한 것이 되고 하지만 그런 에피소드는 없었으면 해. 하지만 사실 있었던 걸 더 확인하는 강조임은 분명하다. 바닷가, 바닷가에 가고 싶다. 언니의 남자들은 언니 마음이 투사된 그림이다. 애써 바닥을 지우고 싶지만, 바닥은 여지없이 남자로 가득하다. 시는 그것을 반영하며 더욱 투시하는 거울처럼 닿기에 말이다. 키코, 그때 그 사건 이후 졸업사진은 불태워버리다가 만 상반신 얼굴만 있으니, 끈적거리는 피의 해변이며 시 또한 끈적거리는 종이의 회임을 알리는 것과 같은 것이 되며 이후 120페이지가량의 화상은 벚꽃처럼 맺은 봄날을 위한 걸음임을 말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이 시집의 서시로 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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