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문 =사윤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경고문
=사윤수
지나친 그리움은 금물입니다
그리움 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그리움이 눈 똥은 주인이 치우시기 바랍니다
그리움에게 먹이를 던져주지 마시오
그리움에게 3m 이상 접근금지
그리움은 수심이 매우 깊으니 들어가서 헤엄치지 마시오
구명복은 좌석 밑에 없습니다
그리움을 우회하시오
시인동네 시인선 113 사윤수 시집 그리고,라는 저녁 무렵 68p
얼띤 드립 한 잔
지나친 그리움은 금쪽같은 물이다. 그러나 만날 수 없는 반가움 같은 것 그것이 무언가 감정을 이루어 낸 듯 잠깐 소통은 있었으니까 어쩌면 株末, 동동주 한 사발과 김치 한 쪼가리보다 더 징한 감동이나 배설의 즐거움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상상이 온 우주를 마구 뒤흔드는 이상한 궤변과 같은 그 궤변과 함께 노는 일, 그러한 것은 금물이다. 금해야 한다. 그리움 밭에 들어가지 말라! 밭은 경작의 이미지도 있지만, 밭은 여성을 상징한다. 지나친 사랑은 敗家亡身이다. 어쩌면 죽음을 초래한다. 무엇을 경작하게 한 그 근거는 또 어디에 있는가! 젊음이겠다. 망아지처럼 뛰는 일, 온몸이 筋質筋質한 것이다. 그리움이 눈 똥은 주인이 치우시기 바란다. 개똥은 유명 공원이 더 많고 개똥도 모르는 약은 개똥망태기가 더 아는 듯하다. 그러므로 개똥 치우는 일은 하루 일거리며 마무리며 장을 깨끗이 비우는 일이므로 얼른 치워서 해 될 건 없다. 그냥 비우는 일이다. 그리움에게 먹이를 던져주지 마시오. 숲속엔 희귀동물이 꽤 많다. 숲은 하나의 사회다. 덥석 던진 것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던졌다면 그 원류는 마지막인 것이다. 이미 손을 놓은 것이다. 그 맛을 아는 동물은 타고 흐른다. 원 바탕을 이루고 소생한다. 경쟁 구도가 잡히고 나는 문을 닫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며 다른 시 쓰기 시작이다. 그리움에게 3m 이상 접근 금지다. 물의 깊이는 3m가 가장 공포감을 느낀다. 죽음을 초래하는 것도 3m다. 그 어떤 물이든 3m의 간격을 두고 보아야 한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며 너무 멀어도 안 될 일이지만, 그리움은 그래서 금물이다. 그리움은 수심이 매우 깊으니 들어가서 헤엄치지 마시오. 바다다. 언어의 바다든 상상의 바다든 남해의 저 깊은 바다든 수심은 다 있다. 수심에 찬 얼굴로 아이를 보면 아이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수심이 얕은 아이를 보는 것도 놀기에 적적하다고 할 수 없는 일, 나에게 맞는 물 한 잔을 마시는 일은 거저 드립 한 잔이겠다. 구명복은 좌석 밑에 없습니다. 구명복은 좌석 위에 있다. 얼토당토않은 말인 것 같아도 시는 정답이다. 좌석은 별자리와 같으므로 아직 살아 움직이는 저 동물 같은 얼굴에 맡겨 보는 일, 내 한목숨 보전하는 일이다. 그리움을 우회하시오. 우는 항상 삶이 있는 곳, 비며 소며 지붕이다. 이로써 좌로 안착하는 일 그 여정은 길고도 멀 수 있으며 까딱 행운이 닿는다면 내일 아침으로 마감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