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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 =박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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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회 작성일 24-09-24 21:01

본문

주먹도끼

=박 철

 

 

사랑도 미움도

여기까지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는 많이 늦은 거다

오다가다 들른 고대 유적박물관

한탄강에서 주한미군이 소풍중 발견했다는

주먹도끼를 만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돌도끼를 들던 거기까지만 했으면

거기서 서너 마장만 더 갔으면 좋았으련만

너무 멀리 왔다는 후회는 과한 우려일까

걸친 것 별로 없고 주먹도끼를 쥐고 있던 시절은

조용하고 가득하고 차별의 비통함은 적었으리라

분명 실상의 무지막지도 적었으리라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발버둥쳐도 소용없는 사랑과 미움처럼

뉘우쳐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평선을 넘어가고 또 가고 또 가서

주먹도끼를 쥐던 시절로 다가설 수는 있다

그런 사랑도 미움도

이왕 멀리 가는 길에 내닫는 김에 아득히

부딪고 또 치달아 있는 힘을 다하여

거기까진 가보자

 

 

   문학동네시인선 220 박 철 시집 대지의 있는 힘 036p



   얼띤 드립 한 잔

    주먹도끼는 구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뗀석기라고도 하며 한탄강 유역 주한미군이 소풍 중 발견한 이 유물은 세계적으로 큰 이변이었다. 원래 동아시아에서는 주먹도끼와 같은 뗀석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것이 70년대 후반, 한반도에서 발견한 이후 중국과 한반도에 다수 발견하게 되어 학계의 견해를 깨뜨리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먹도끼는 시를 제유한다. 어쩌면 신시대의 문물보다 오히려 옛것에 대한 그리움도 보인다. 시를 읽는 내내, 마치 주먹도끼에 찍힌 듯 한동안 혼미한 감정까지 일었다. 그러니까 주먹도끼를 만들고 손에 쥐고 있을 때다. 그것을 만남이라고 할 때 거기까지만 했으면 뒤탈은 없었을 것인데 물론 여기서 서너 마장만 더 가는 것도 괜찮다. 마장은 거리의 단위로 십 리 좀 못 되는 거리다. 마장은 말을 모아두는 어떤 장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멀리 왔다는 얘기, 그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로 각인된 각축장과 다름없는 시장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실상은 무지막지하나 그 시절 즉 주먹도끼와 주먹도끼를 모아둔 마장 시절이 그리운 것이 된다.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다. 이미 드러난 사실이니까! 이로써 사랑이 생기는가 하면 미움도 있다. 그러나 이젠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영 틀려먹었기에 아예 지평선을 넘어가고 또 가고 또 가서 너의 역할론, 즉 시의 진화를 다룬다. 부딪고 치달아 또 때리고 다듬고 빚어내는 소임, 역시 돌도끼다. 도끼, 하나의 본보기처럼 한탄을 넘어 유적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시절, 먼 아주 먼 장래의 고대로 흘러가라 이런 뜻이겠다. 도끼, 주먹이 주먹이 아니듯이 주먹으로 인류가 이 돌도끼를 들고 고함지르는 날, 진정 시는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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