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나금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건축
=나금숙
바람을 그리 먹고도 아직 죽지 못하는 늙은 수지니를 들여다보다가 항구의 새벽 시장에 나가 보았어 새로 내린 눈이 콘크리트처럼 굳어 가고 보라색 히아신스는 얼어 가고 있었어 어제의 양광이 오늘은 얼음 조각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지 한낮에는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 물결무늬로 떠오르고 도처에서 비밀한 빅데이터가 왕이 된다는 소문, 쪼그리고 앉아 웅덩이에 나뭇가지를 던져 보았어 숲을 지나온 것들은 신성해져서 썩어 가면서도 향을 풍기지 지는 데 익숙해진 경주마들의 운명처럼 고개 숙인 구름도 장밋빛 대기도 새 떼들도 유령인 듯 소리 없이 서쪽으로 흘러간다 달빛 사이로 시간의 불타 버린 얼굴이 언뜻 드러날 때 기왓장도 돌들도 말을 하기 시작했지 당신은 여전히 말이 없었어 사방 벽들은 홀로그램, 빛처럼 나부끼며 노래하기 시작했어 우리도 상한 갈대를 꺾어 피리를 불었어
시작시인선 0506 나금숙 시집 사과나무 아래서 그대는 나를 깨웠네 24-25p
얼띤 드립 한 잔
건축=崇烏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떠올랐어, 어쩌면 떨어진 일감을 줍기 위해 인력시장에 나가 곁불을 쬐며 몸을 데우는 일, 집의 개념이 무엇인지 언뜻 생각하다가도 그렇다 싶을 정도의 집 부수기 작전, 그야말로 인생에 이룬 것이라곤 두루두루 살펴도 현재까지의 아집을 버리는 일이었어, 가장 위험한 길은 가장 안전한 길이였다는 것을 그 길을 알기까지 얼마나 푹 잠긴 물에서 한목숨 잃겠다는 심정으로 정신 차리는 일이었어, 내가 죽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외부와의 간격은 더욱 어두워지고 날벌레처럼 혼자 꿈틀대다가 느껴 본 일에 대해서 그것을 마치 소풍용 돗자리였다고 안부하기에는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니길 빌어, 좌충우돌이며 좌고우면인 인생,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희열은 그야말로 인생의 극치라 좀 더 세속적이며 좀 더 날카로운 면을 갖추기까지 늘 낭떠러지 아니면 절벽 타는 일, 발 헛디뎌 딸려 들어가는 아집은 없어야겠지 =
댓글목록
두길님의 댓글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네요..
즐감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