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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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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4회 작성일 17-04-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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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이상국


혹시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집집마다 걸려 있는 오징어를 본 적이 있는지
오징어 배를 가르면
원산이나 청진의 아침햇살이
퍼들쩍거리며 튀어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그 납작한 몸뚱이 속의
춤추는 동해를 떠올리거나
통통배 연기 자욱하던 갯배머리를 생각할 수 있는지
눈 내리는 함경도를 상상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오징어 속에는 소줏집이 들앉았고
우리들 삶이 보편적인 안주라는 건 다 아시겠지만
마흔해가 넘도록
오징어 배를 가르는 사람들의 고향을 아는지
그 청호동이라는 떠도는 섬 깊이
수장당한 어부들을 보았거나
신포 과부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지
누가 청호동에 와
새끼줄에 거꾸로 매달린 오징어를 보며
납작할 대로 납작해진 한반도를 상상한 적은 없는지
혹시 청호동을 아는지


<옮긴 이의 주절주절>
참 좋지요? 찬찬히 읽어보면 단어들이 살아 숨 쉬는 오징어처럼
파닥이죠? 그는 자신의 시에서 줄곧 죽은 말들이나 따라다녔다고
겸손해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시인은 죽은 말에 생명을 불어넣는
재주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오징어보다 파닥이며
살았던지요.

1946년 생인 그가 1998년 5월에 발표한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의 맨 끝에 실린 시입니다. 시인의 나이 52세였군요. 제
어머니가 시인과 같은 1946년생입니다.

열여섯 문학소년도 아닌데 너덜너덜해진 그의 시집을 항상 들고
다닙니다. 심심하면 수시로 꺼내 보는데요. 시뻘건 장작불에서
우려진 사골 맛이 난답니다. 중년이 거리에서 책을 펼치는 건
오글거리는 풍경일지라 그런 남을 보면 피식거렸는데 제가 그리
될 줄이야요.

시 한편의 능력은 모호한 관념을 사물로 환치하는 것이겠지요.
파닥이는 오징어는 이웃 같고, 납작해진 오징어는 한반도 같다고
하니 저는 오징어랑 뭐를 바꿔먹어야 하는지 제 마음은 죽은 오징어
먹물 같아요.
(일부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시집의 원본 그대로 입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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