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거기서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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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거기서 /이상국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바닷가에 '고독'이라는 카페가 있다
통나무로 지은 집인데
지날 때마다
마당에 차 한대 없는 걸 보면
고독이 정말 고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은 아주 오래된 친구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혼이나 밤을 맡겨놓고
함께 차를 마시거나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온몸을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며
사는 게 어려워 보인다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므로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가끔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고독이 거기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옮긴 이의 주절주절>
고독이라는 카페는 실제 있는 바닷가 카페입니다. 오래전 통나무로
고급스럽게 지어졌죠. 도로가 넓어지기 전엔 길이 카페보다 높이
있었습니다. 고향에만 머무는 시인은 이 길로 자주 다녔을 겁니다.
저희 어머니는 양양에 홀로 사시는데 이 카페의 주인과
절친이었습니다.
한번은 좋아하는 시인의 시라며 어머니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렸더니
재밌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 시를 고독 카페
여주인에게 카톡 전달을 하며 오랜 인연이 끝장나게 됩니다. 카페의
주인은 시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든 것이지요. 심하게 비하했다고
노발대발을 하더랍니다. 여러분도 비하로 느껴지시나요?
어머니의 또 다른 지인 ㅊ 씨는 양양 문인회 회장이고 이상국 시인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상국 시인은 상대가
고소까지 하겠다며 난리를 친다고 하자 껄껄 웃으며 그냥 놔두라고
했답니다. 재밌는 일화죠?
덕분에 저는 몇 다리 건너 꿈에 그리던 이상국 시인을 뵐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 점도 재미있죠? 제가 과객처럼 고향을 찾을 땐 모른
척하고 이 카페에 들르는데요. 만약 제가 당사자라면 카페에 이 시를
자랑스레 내걸었을 텐데... 하하하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2012년 30쪽)
*띄어쓰기 오류는 시집을 따라합니다.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바닷가에 '고독'이라는 카페가 있다
통나무로 지은 집인데
지날 때마다
마당에 차 한대 없는 걸 보면
고독이 정말 고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은 아주 오래된 친구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혼이나 밤을 맡겨놓고
함께 차를 마시거나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온몸을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며
사는 게 어려워 보인다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므로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가끔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고독이 거기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옮긴 이의 주절주절>
고독이라는 카페는 실제 있는 바닷가 카페입니다. 오래전 통나무로
고급스럽게 지어졌죠. 도로가 넓어지기 전엔 길이 카페보다 높이
있었습니다. 고향에만 머무는 시인은 이 길로 자주 다녔을 겁니다.
저희 어머니는 양양에 홀로 사시는데 이 카페의 주인과
절친이었습니다.
한번은 좋아하는 시인의 시라며 어머니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렸더니
재밌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 시를 고독 카페
여주인에게 카톡 전달을 하며 오랜 인연이 끝장나게 됩니다. 카페의
주인은 시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든 것이지요. 심하게 비하했다고
노발대발을 하더랍니다. 여러분도 비하로 느껴지시나요?
어머니의 또 다른 지인 ㅊ 씨는 양양 문인회 회장이고 이상국 시인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상국 시인은 상대가
고소까지 하겠다며 난리를 친다고 하자 껄껄 웃으며 그냥 놔두라고
했답니다. 재밌는 일화죠?
덕분에 저는 몇 다리 건너 꿈에 그리던 이상국 시인을 뵐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 점도 재미있죠? 제가 과객처럼 고향을 찾을 땐 모른
척하고 이 카페에 들르는데요. 만약 제가 당사자라면 카페에 이 시를
자랑스레 내걸었을 텐데... 하하하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2012년 30쪽)
*띄어쓰기 오류는 시집을 따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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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이민 가기 전..
강릉에 들렸다가 경주 가는 길에
그 카페를 본 적 있었습니다
- 들려보진 못했지만
그 카페의 모습을 보면서
<참, 너도 나만큼 고독하구나> 하는 생각도
귀한 감상, 머물다 갑니다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세요. 현남면 남애리에 있는 카페입니다.
그 당시엔 카페가 많지 않아서 진짜 고독했는데
지금은 너도 나도 연달아 쭉 있습니다.
카페 안에는 액자로 시가 한 수 표구되어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그 시는 좀 섬뜩하더군요.
기회가 되면 사진을 찍어보겠습니다.
멀리 계신다지만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