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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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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든 민박집에서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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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4회 작성일 17-05-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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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민박집에서 / 이상국


감나무 이파리들이 등잔처럼 환하다
노는 날 미나리 이파리를 깔고 창호지를 새로 했다

주인여자는 직장에 나가고 아이들은 어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보통 책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데
어떤 날은 주인여자가 술병을 치우고는 한다

민박을 든 지 오래되었다

대체로 달에 한번 비용을 내는데
그때마다 주인여자의 얼굴이 편치 않다

그러나 달리 갈 데도 마땅찮고
정든 민박집에서 다시 가을을 난다



<옮긴 이의 말참견>
웃기는 시입니다. 시집을 읽으며 뭐 건질 것 없나 눈을 부라리다가
순간 빵 터졌습니다. 처음엔 뭔 소린가, 무슨 시가 이리 싱겁나
했는데요. 다시 보니 참 웃기더군요. 창호지를 새로 했다는 단순한
구절에서도 잠시 추억에 젖었는데요.

한옥은 꽃살 무늬 여닫이창 이전에 미닫이문이 또 있죠. 이를테면
이중창호 시스템? 일 년에 한두 번 낡거나 찢어진 창호지를 물에
불려서 벗겨내곤 깨끗한 문쪼(창호지)를 대는데요. 그냥 종이만 대면
밋밋하니까 문고리 옆에 꽃잎을 붙였는데 주로 코스모스였던 기억이
납니다.

덧댄 반투명의 창호지에 달빛이나 햇살에 비친 꽃잎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그 서툰 예술작품은 농촌의 전위예술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네모나게 작은 투명 유리를 붙여요. 문을 열지 않고 빼꼼히 밖을
내다보는 것인데 인기척이 나면 미리 알고 손님을 반기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일종의 인공지능형 cctv?

또, 짐차 자전거를 안 사준다고 창호지를 죄다 뚫어놨다가 불한당
같은 외삼촌에게 비 오는 날 먼지 일도록 맞은 적도 있죠. 불쌍한 애
팬다고 성질 있던 외할머니는 작은 외삼촌은 신나게 패고... 그때는
먹이사슬 같은, 매의 사슬 관계가 있었습죠.

썰이 길어졌네요. 위의 시를 아내와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평소
저의 시를 발밑의 때로 아는 그녀들이 뭔 소린지 딱 알아보더군요.
오히려 등단하신 분에게 보여줬더니 서정적인 문학성이 좋다고만
했어요. 실은 민박집이 자신의 집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는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저도 제집을 하숙집으로 빗대서 썼다가 폭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차피 길어진 이야기 계속 갈까요.

저는 시를 수수께끼처럼 꽁꽁 싸매야 맛인가 하는 생각입니다.
가지고 있는 이상국 시집 중에 알쏭달쏭한 시는 위의 시 빼곤
없습니다. 그러나 짓궂은 해학에 박장대소하며 읽을 시는
수두룩합니다. 수수께끼도 좋지만 웃음이 더 높다 그런 생각인데
시의 감상을 방해하는 잡설, 죄송합니다.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2012년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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