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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로사* / 박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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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17-05-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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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로사* / 박시하




    사물은 언젠가 자기를 다 비운다.
    빈 로션 통을 흔든다.
    써버린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나를 반쯤 비웠다.
    지나간 나는
    장밋빛 꿈을 얼굴에 바른다.
   
    잊은 거리를 걷고 있지.
    뒤도 안 돌아보고 뒤로 가고 있지.
 
    누군가 살던 집에 비우지 못한 말들이 산다.

    숲은 어떻게 자기를 비우면서 채워지나요.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으며
    나무의 끝을 올려다본다.

    더는 할말이 없는 로션 통이 가득 비어 있다.



鵲巢感想文
    시제 카사 로사는 헤르만 헤세가 살던 집이다. 여기서는 헤르만 헤세가 살던 집을 빌려 쓴 것이다. 하지만, 실지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게 하는 어떤 중첩적 묘미를 자아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니까 헤르만 헤세가 말년에 머물렀던 집이었다. 헤세는 평화주의자였다. 조국 독일의 군국주의로 일으킨 전쟁을 반대했다. 이 결과로 조국의 배신자, 매국노라는 언론의 손가락질을 받아 스위스에 거주하게 되었다. 
    시의 내용은 잃어버린 사랑을 담는다. 사물과 빈 로션 통은 화자와 대치를 이룬다. 시 2연의 장밋빛 꿈은 완벽한 사랑을 제유한다. 시 5연을 보면 숲은 어떻게 자기를 비우면서 채워지나요. 의문을 제시했지만, 역시 내가 받아야 할 사랑은 고독하기만 하다. 숲은 여성을 상징한다.

    시인 박시하의 시집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를 읽었다. 위 시는 이 시집에 나오는 시다. 시인이 사용한 시어는 일차적 은유라고 해야 하나 원색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대립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면, 시제 ‘수직’을 보면, ‘이제는 지울 수 없는 자취들을 따라서 / 파란 알몸인 채로 걸었어 / 아무것도 그립지 않아서 / 나는 미역처럼 웃고 / 너는 녹슨 바다를 바라봤어’, 시제 ‘새’에서는 ‘흰 절벽 / 빛나지 않는 별 / 새벽 배 / 죽음의 혀’라든가, 시제 ‘흰 숨 검은 맛’에서는 ‘흰 빌딩에서 사람들이 떨어져요 // 어두운 이마가 빛을 밝혀요 / 밤의 숨에서 / 검은 맛이 나요’, 시제 ‘봄비’에서는 ‘따스한 꿀물, 중략, 봄비는 차갑다 / 꼭 닫힌 너의 입술처럼’, 시제 ‘영원히 안녕’에서는 ‘검은 비가 내렸고 / 물새들이 하얗게 외쳤다’, 이외에 어제는 파멜리카 고양이의 울음소리 대신 엘의 허밍 소리가 들려왔든가 푸른 침대에는 호수가 들어찼다. 우리가 아는 모든 밤이 호수 안에 담겨 있었다. 장미들은 하얗게 지쳐가요. 등을 볼 수 있었다.
    시집은 문장도 간결하고 읽는 맛까지 더해 근래에 읽은 시집 중 보기 드문 수작이다.

    천재의 머리보다 한 자루의 몽당연필이 낫다는 독일 속담도 있듯이 하루 있었던 일을 일기로 남기는 것도 좋다. 일기에 담기에 적절치 못한 글이라도 나만의 문자로 바른 문장을 구사하는 노력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서전은 유명 정치인만이 일만은 아니다. 소시민으로 하루를 나만의 철학적 바탕을 두고 그 하루를 이겨나가는 일은 힘든 여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는 것은 그 가치를 더 돈독히 한다. 헤르만 헤세는 국가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말년은 그림으로 위안을 찾았다고 한다. 글은 누구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지만, 나의 또 다른 면을 찾는 위안이 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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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시하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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