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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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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책바위 / 이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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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7회 작성일 17-05-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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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바위 / 이은봉

바위는 제 몸에 낡고 오래된 책을 숨기고 있다
바위 위에 앉아 그냥 벅찬 숨이나 고르다 보면 책의 흐릿한 글자들 보이지 않는다
표지가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갈피도 찢겨져 나가 자칫하면 책이 숨겨져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지금은 일실된 옛 글자로 씌어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자꾸만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홍당무처럼 낯을 붉히는 참삭나무들의 마른 잎사귀들이나 귓가에 다가와 글자들의 뜻을 겨우 속삭여주기 때문이다
더러는 멧새들이 날아와 글자들을 짚어가며 재잘재잘 뜻을 설명해줄 때도 있다
제 몸에 숨기고 있는 이 낡고 오래된 책의 내용들이 대견스러워서일까 바위는 가끔씩 엉덩일 들썩여 가며 독해를 독촉하기도 한다
내 둔한 머리로는 뽀얗게 형상을 그려가며 읽어도 간신히 몇 마디 뜻 정도나 깨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 앞단추를 따고서는 거둡 제 젖가슴 열어 보이는 바위의 엉덩이 위에 철썩, 손바닥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문득 정신을 차리는 바위는 때로, 너무 서두르지는 마세요 벌써 겨울이 오고 있지만요, 은근히 다짐을 주기도 한다
바위는 명년 가을이 와도 내가 제 몸에 숨기고 있는 책을 다 읽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끈질기게 그녀가 치맛자락 속에 숨기고 있는 이 낡고 오래된 책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작정이다
옛 글자들을 읽고 일실된 진실을 복원하는 일을 나 말고 누가 또 할 것인가
애써 궁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위의 숨소리만 듣고도 그녀가 제 속살에 숨기고 있는 책의 내용을 다 알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으리라

# 감상
  검고 딱딱한 바위덩이 속에서 생명력이 살아서 꿈틀댄다
  바위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뜻을 알 수 없는 책의 내용들을 화자는 색안경 쓰고
  입체영화 보듯 생생하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읽어 나간다
  바위를 그녀로 표상, 남녀간의 애로티즘도 슬쩍슬쩍 건드리면서 부끄러운 듯 속
  삭이는 그녀의 애교는 마치 헤픈 요조숙녀인 듯 친근감이 있다
  들썩이는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더듬으면서 일실된 옛 글자를 복원한다는
  취지의 엉큼하고도 재미있는 화자의 심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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