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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표적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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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회 작성일 22-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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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정한아

 

 

    그의 창밖에 매일 커다란 까마귀가 날아온다 생일에는 그녀가 특별 주문한 진짜 벨기에 초코케익이 배달되었지 오, 이건 너무 검어, 선지처럼 검어서 차마 깨물어 먹을 수 없어 커다란 까마귀는 오후 345분 회색 하늘 아래 비둘기와 다른 까막까치들을 거느리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피뢰침 꼭대기에 앉아 가다를 한껏 부풀리며 윤기 흐르는 긴 외투를 가다듬는다 아아, 까맣게 모르겠어 녀석이 어딜 보고 있는 거지? 눈이 어디에 있는 거지? 있긴 있는 건가? 새 모양 펀치로 하늘을 뻥 뚫어놓고 여장 남자 같은 목소리로 가아! 가아! 다아 꺼져버리란 말이야! 그가 잡고 싶은 그가 되고 싶은 녀석은 압도적이고 신경질적인 파시스트를 닮았다 진짜 남자를 닮았다 어떻게 저렇게 무거운 요구가 하늘을 날 수 있나? 저 각 잡힌 긴 외투를 한 계절만 빌릴 수 있다면! 냉장고에 넣어둔 그녀의 생일 케익은 까맣고 무겁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라고 씌어 있다 어떻게 이렇게 까만 걸 먹을 수 있지? 녀석은 정말 속살까지 까말까 먹어치우고 싶어 매일 꺼내어 보고 먹어치울까 봐 언제까지나 커팅을 미루고 있는 아무리 기다려도 녹아내리지 않는 까만 생일 케익 비문증飛蚊症이 꿈속까지 그를 따라온다 충치처럼 까만 생일 케익이 겨울이 올 때까지 그를 깨물고 있다

 

    얼띤感想文

    그의 문밖에는 매일 얼룩무늬 고양이가 와서 문 틈새 끼어 누워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자꾸 먹을 거 갖다 주는 2층 남자의 손길, 오늘은 봉지에 쌓인 하얀 떡을 건네주고 갔어요 백설처럼 하얘서 차마 뜯어먹을 수 없어 빈 상자에 넣어두었지요 문 밖에 지나는 사람 모두 저 얼룩무늬 고양이가 예뻐 보이기만 해서 한 번씩 와서 만져보고 가는 길, 고양이는 교태에 두 다리 쭉 뻗고 하품까지 합니다 오후 4,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대학로 정문 앞 이쪽을 모르는 차들만 행선지 알 수 없는 방향을 몰고 가고요 노을은 끼었냐고요? 이 무더운 여름날 해는 또 길어서 구름에 휩싸여 있어요 아까 2층 남자가 가져다준 봉지 쌓인 떡을 봅니다 비닐봉지를 뜯고 한 입 물고 씹어요 인절미, 햇살은 돋았나요? 장염 걸릴 거 같다고요! 딱딱한 감옥을 씹고 있으니 넘기기 정말 힘들어요 미안해서 어째요 자꾸 찢을 수 없는 충치 그 반대쪽 공원을 생각해요 신문지 펴놓고 앉아 아이들 노는 그네를요 나는 다만 내 안의 풍경을 다 버리고 말지요 그러면 꼭지에 오른 노을은 피어 날 거예요 저 스카이라인 서해 고공을 향해 쭉 뻗어 오른 포물선에 갈대꽃 받혀 든 새의 깃털을 보면 지하동굴은 선연한 어둠이겠지요 그 떡 이제 그만 먹어요 흐르는 침 좀 닦고요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요? 그렇군요 아무 말 없군요 소리로 묶은 이 보지 못한 침묵을 다시 또 꾹꾹 삼켜요 문 틈새 낀 누운 얼룩무늬 고양이 느릿느릿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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