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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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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34회 작성일 17-03-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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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박성우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시킬 때도 넥타이는 빛났다 넥타이는 제법 근사하게 빛나는 넥타이가 되어갔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풀었을 때도 넥타이는 단연 빛났다

    넥타이는 점점 늘어졌다 넥타이는 어제보다 더 늘어져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냥 말없이 살아 넌 늘어질 혀가 없어, 넥타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차창에 비치는 낯빛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넥타이를 잡고 매달리던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鵲巢感想文
    시인 박성우 선생의 시는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혀와 넥타이는 그 속성이 얼추 비슷하다. 시 넥타이는 직장인의 비애를 담은 것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 남성의 얘기다.
    우리는 아침 출근할 때면 넥타이를 매며 목줄과 같은 삶의 현장을 뛰어간다. 초침처럼 분침처럼 초조하고 분주한 나날의 연속이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받고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시킬 때도 넥타이는 더없이 빛나기만 했다. 심지어 퇴근하며 뒤풀이 노래방 가서도 넥타이는 단연 빛난다.
    이제 중년의 나이, 넥타이가 되었다. 넥타이는 막차를 타고 퇴근하면서도 말없이 준엄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살아간다. 어쩌면 이 넥타이 덕택에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자식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집에 들어온 넥타이, 한평생 직장만 다녔던 FM이었던 우리의 넥타이,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은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 시를 읽는 필자는 시인과 동갑이다. 사십 대 후반이다. 모르겠다. 나는 글을 좋아해서 나 자신을 매번 돌아보는 일이 잦다. 한 번씩 끔쩍 놀란다. 20대 대학 시절이 엊그제 같다. 대모도 참 많았던 학번, 나름은 삶에 고민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참! 인생은 순식간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나 싶다. 오늘 신문에서 본 내용이다. 남자 평균 연령이 81세라 한다. 그러고 보면 30년 남짓 남은 것 생각하면 왔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친구는 모두 하루 사는데 바쁘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모두 고생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만나면 직업의 비애를 듣곤 하지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실정이라 가슴만 조인다. 나는 애초 자영업 길을 걸었다. 고난과 역경은 직장 다니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스스로 체력을 유지하며 스스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없애며 생각은 쇄신하고 늘 청바지 같은 자세로 나아가야겠다는 확고한 신념만 있으면 넥타이의 비애를 넘지 않을까?
    그러는 우리는 똑같은 계단을 밟고 어제 앉았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어제 만났던 사람은 내일도 보아야 한다. 우리는 계단을 딛는 느낌과 밥의 의미와 어제 만났던 사람은 내일도 볼 것이지만 그 사람의 진정 내면은 살피지 못했다. 내일이 정말 올 것인지도 모르면서도 우리는 늘 확신하며 살아간다. 헝클어진 넥타이를 펴고 가끔 넥타이를 묶어주는 아내, 혹은 밥을 한 끼 먹어도 마음은 강 건너 시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넥타이처럼 묶은 세계다. 이제는 한 겹 느슨하게 풀어도 멋은 있고 말은 없어도 글은 있으며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끝에 있으니 눈빛은 별빛처럼 보아 따뜻하게 살피는 일이야말로 더 중요한 것도 없겠다.
    그러니 자강불식自强不息에 시 한 수만큼 마음 더 졸이며 다지는 것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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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성우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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