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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입구 /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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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5회 작성일 17-02-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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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입구 / 강정




“표적은 죽음으로써 긴장과 공포로부터 해방되지. / 그것 때문이지, 그렇게 웃는 얼굴이 되는 건” / -스즈키 세이준 감독 영화 <피스톨 오페라>에서


    상처를 천 년 정도 문지르면 꽃이 필까 / 이 몸이 만 년을 견디는 나무가 될까 / 그러나 / 가시는 최초의 고백이거나 / 최후의 사정射精 /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입술이 천지를 헤매다 / 한낮 소나기로 지난밤의 지도를 바꾼다 / 우뚝 선 허공에 물기가 마른다 / 은박銀箔을 두른 태양이 애인의 머나 먼 창문 앞에서 혼절한다 / 신기루 같은 기억의 방사선이 / 대기의 과녁으로 떠오르면 / 나는 백 개의 다른 이름으로 쪼개져 / 세계의 궁륭 깊숙이 칼침을 던진다 / 마지막 물기를 베어 물고 / 낱낱의 공기입자로 바스러지는 바람 / 매 순간의 절벽 앞에서 / 사랑은 더운 향기를 깨물고 / 온몸에 가시를 두르는 천형 아닌가 / 독 오른 신열이 한 줄로 꿰어내는 땅과 하늘 사이 / 숨어 있는 빛의 허물이 이 몸 안에서 눈뜰 때 / 뭇매 맞은 영혼들 데불고 천진한 원귀寃鬼를 두드려 깨우리 / 이곳은 대지의 마지막 문 / 제 몸과 사별하는 도마뱀과 / 만 년을 침묵하는 이구아나와 / 시체를 먹고 살찐 까마귀 떼도 정렬하라 / 최선의 종말로 최악의 이해를 얻는, / 웃음이 가시로 뻗친 초록의 총구銃口 앞으로



鵲巢感想文
    시 ‘선인장 입구’는 마치 선인장 앞에 앉아 이젤 놓고 데생한 것과 다름없겠다. 이 시는 부제를 달았는데 표적은 죽음으로써 긴장과 공포로부터 행방되지, 그것 때문이지, 그렇게 웃는 얼굴이 되는 건, 하며 끊긴다. 다음 시로 잇는다.
    이 글을 쓰는 시점 17년 2월 16일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이복형이다. 김정남이 피살됐다. 김정남은 이복동생 김정은이 정치를 잡고부터 늘 표적이었다. 어쩌면 김정남은 그 긴장과 공포로부터 해방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다르겠다. 한 민족의 두 개 정부로 대치되는 현 시점에서는 늘 표적이 아닌가! 사족이 길었다만,
    상처를 천 년 정도 문지르면 꽃이 필까, 이 몸이 만 년을 견디는 나무가 될까, 역사는 민족이 살아 있는 한, 천년이고 만년이고 흐를 것이다. 시는 역사와 같이 함께 흐른다. 상처는 시인의 세계관이자 시 이해다. 천 년과 만 년은 거울 보듯 상처와 이 몸 그리고 꽃과 나무는 대칭을 이룬다. 탐미적으로 읽어도 무관하다.
    가시는 최초의 고백이거나, 최후의 사정이라고 했다. 가시는 시 문장(이상)을 제유한 표현이다. 최초로 와 닿는 문장은 시며 그것은 고백과 다름없고 이것을 읽으므로 꼭 답장과 같은 최후의 까마귀를 날려 보내니 사정과 다름없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입술이 천지를 헤매다, 낮 소나기로 지난밤의 지도를 바꾼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입술과 낮 소나기 그리고 천지와 지도는 대칭이다. 한쪽은 상처를 천 년 정도 문지르는 세계면 한쪽은 만년을 견디는 나무겠다. 시 접근과 시 이해다. 입술과 천지 이와 대칭을 이루는 지도는 그 형태와 속성까지 보아야겠다.
    우뚝 선 허공에 물기가 마른다, 은박銀箔을 두른 태양이 애인의 머나 먼 창문 앞에서 혼절한다. 허공은 화자를 제유한 시어며 은박을 두른 태양이 된다. 은박은 가식과 치장이며 또 한 편의 은색은 남성을 상징한다.
    신기루 같은 기억의 방사선이, 대기의 과녁으로 떠오르면, 나는 백 개의 다른 이름으로 쪼개져, 세계의 궁륭 깊숙이 칼침을 던진다. 신기루 같은 기억의 방사선은 시 문장이 변이한 사색의 묘사다. 대기의 과녁은 허공으로 시인을 제유한 시구며 백 개의 다른 이름으로 쪼개지는 것은 시의 다의성이다. 세계의 궁륭 깊숙이 칼침을 던진다는 말은 세상에 내놓는 나의 의지다. 시다. 궁륭은 활이나 무지개같이 한가운데가 높고 길게 굽은 형상으로 천장이나 지붕을 말한다.
    마지막 물기를 베어 물고, 낱낱의 공기입자로 바스러지는 바람, 매 순간의 절벽 앞에서, 사랑은 더운 향기를 깨물고, 온몸에 가시를 두르는 천형 아닌가. 마지막 물기는 문장(이상)이며 낱낱의 공기입자는 허공과 대기의 과녁과 그 맥이 같다. 매 순간의 절벽 또한 문장을 제유한 시구다. 사랑은 더운 향기를 깨물었다는 말은 그만큼 시적 교감을 뜻하며 온몸에 가시를 두르는 천형 아닌가 하며 의문형으로 종결지었지만, 곧 시의 확인이다. 천형天刑은 천벌이다. 탐미적임을 밝혀둔다.
    독 오른 신열이 한 줄로 꿰어내는 땅과 하늘 사이, 숨어 있는 빛의 허물이 이 몸 안에서 눈뜰 때, 뭇매 맞은 영혼들 데불고 천진한 원귀寃鬼를 두드려 깨우리. 독 오른 신열이 한 줄로 꿰어내는 땅은 온몸에 가시를 두르는 천형이다. 하늘은 시인을 제유한 시어다. 숨어 있는 빛의 허물은 선인장 입구며 모태의 빛으로 그 허물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적 교감은 뭇매 맞은 영혼으로 몰려와 원통하게 죽은 귀신을 깨우겠다는 말이다. 즉 원귀는 시인의 모습이다.
    이곳은 대지의 마지막 문, 제 몸과 사별하는 도마뱀과, 만 년을 침묵하는 이구아나와, 시체를 먹고 살찐 까마귀 떼도 정렬하라. 여기서 도마뱀과 이구아나와라는 파충류가 나온다. 이는 시의 다의성, 다족류 혹은 다변화를 뜻하는 말로 모두 시의 제유다. 도마뱀과 이구아나와는 변온동물로 충분히 시적 용어로 쓸 만하다.
    최선의 종말로 최악의 이해를 얻는, 웃음이 가시로 뻗친 초록의 총구銃口 앞으로. 최선과 최악, 종말과 이해, 가시와 총구는 모두 대칭으로 시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자왈子曰: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가까운 시기에 근심거리가 생긴다는 말이다. 먼 장래의 삶의 계획이 없다면, 가까운 지금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공부는 먼 장래를 내다보며 하는 것이다. 하루 깨우침은 그 어떤 일보다 즐겁다. 또한, 이것이 쌓여 나의 철학서까지 이루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공부하지 않는다면 하루 근심거리로 그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이 근심으로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이어진다면 영영 헤어나지 못한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인생의 그 짤막짤막한 순간, 하루는 신께서 주신 보배와 같다. 이것을 어떻게 꿰어 엮느냐는 것은 나에게 있다.
    하루가 즐거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지 않은 일만 있으라는 법도 없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잇는다. 양과 음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능력자라 필자는 생각한다. 이것을 어떻게 평준화하며 내 마음의 균형을 이끄느냐가 참된 도의 핵심이라 여긴다.
    시 선인장 입구, 마치 거울 앞에 선 당신, 지나온 하루가 문지르면 가시와 같고 만 년을 견디는 나무로 서고 싶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허공에 마른 물기로 있을 당신은 더욱 아니다. 방사선 같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기의 과녁을 정조준하고 매 순간 절벽 같은 향기를 피우는 일은 초록의 총구 앞에 웃음의 가시로 서는 것이다. 이리하여 땅과 하늘 사이 숨통 트이는 빛이 있다면 상처가 상처로만 남지는 않겠다. 그 빛은 반하여 널리 세상을 일깨우고도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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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정 부산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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