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 강해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멘트 / 강해림
좌익도 우익도 아닌 것이 돌처럼 서서히 굳어간다 침묵이 더 큰 침묵으로 덮어버리고 견딘다 이 숨쉬기조차 끊어버린,
내 안의 무수한 내가 반죽되고 결합작용을 하느라 벌이는 사투를, 불화의 힘으로 고립된다 외롭지 않다
가슴에 철로 된 뼈를 박고 나는 꿈꾼다 불임의 땅을, 내 자궁 속 무덤에 태胎를 묻은, 위대한 건설을
나라는 극단을 위해 극단을 버린 내 비겁함을,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가는
조작된 유전자처럼 내 안에 들어오면 감쪽같이 은폐 된다 암매장 된다 폐륜의 저 뻔뻔한 얼굴도 살인의 추억도
불나방 같은 네온 불빛을 불러들이기 위해 밤 화장을 하고 더욱 요염해진다 도시는, 회색분자들이 장악한
사막에 홀로 피는 꽃처럼 오래 견딘 만큼 강렬해진 갈증과 독기로 제 육체에 새기는 균열의 문장을
내 데스마스크의 창백한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잿빛 글씨들
鵲巢感想文
시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굳건하다. 문장도 딱딱 맺고 끊는 맛이 있어 읽는 맛까지 더한다. 시는 좌익도 우익도 그 어느 쪽도 편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중립적이어야 하며 비종교적이어야 한다. 문장은 돌처럼 흩뜨림이 없어야 하며 앞뒤 맥이 맞고 의미까지 온전히 전달하여야 한다. 침묵은 한층 더 해서 경솔함이 배어나서는 안 되겠다.
시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다. 내 안의 무수한 내가 융합하고 결합하여 한 편의 철학으로 올곧게 서는 일이라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이로 인한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일률적 행진에 고립한다. 이러한 사열로 시는 절대 외롭지 않다.
시는 철처럼 단단한 의미를 품고 뼈처럼 굳은 문장으로 세상 바라보는 일이라 자궁과 같고 태를 묻은 무덤과 같다. 하지만 시는 결코 쌍둥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시는 철저한 불임을 주장하며 경전으로 자리매김하여 세상 바라보아야겠다. 시인이여 그대만의 문장의 국가를 건설하라.
어쩌면 나는 시를 위해 현실의 삶을 버린 내 비겁함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국경 없이 이심전심以心傳心하여 서로 통하는 경전이 되어야겠다.
세상 그 어떤 악의 행위는 정화하여 조작된 유전자처럼 잘못된 일은 없어야 하며 패륜 같은 반인륜적 행위를 없애며 생명경시의 살인은 더욱 없어야겠다. 그러므로 시는 당당히 서 있어야겠다.
불나방 같은 네온 불빛을 불러들이거나 밤 화장처럼 요염한 자태는 시멘트에 묻어야겠다. 회색분자들이 장악한 도시가 아닌 희망을 품고 내일이 있는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갈증을 극복하고 독기로 세상 우뚝 바라보며 선 이 육탈한 문장 위에 홀로 핀 꽃처럼 사막을 바라보듯 세상을 보아야겠다.
시인이여 창백한 입술로 죽음처럼 굳건한 이 시를 세상에 독고 한다.
시는 해어화解語花처럼 세상 바라보아야 한다. 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비유한다. 이 말은 유래가 있다. 당나라 현종(玄宗)은 비빈(妃嬪)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연꽃을 구경하였다. 현종은 양귀비(楊貴妃)를 가리켜 연꽃의 아름다움도 '말을 이해하는 이 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현종의 이 말은 고사로 '해어지화(解語之花)'라고도 한다.
원래 양귀비는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수왕(壽王)의 비(妃)였으나 현종의 눈에 띄어 그녀의 나이 27세 때 귀비(貴妃)로 책봉되었다. 그 후 현종의 총애를 받아 그 일족이 모두 높은 벼슬에 오르는 등 영화를 누렸으나,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피난 가던 도중 길가의 불당에서 목매어 죽음을 맞았다.
시는 문학의 꽃이다. 꽃처럼 세상 바라보며 사회의 묵은 때를 씻기며 독려한다. 시는 나팔꽃으로 지붕을 엮은 오두막과 같다. 정실로 비유하기에는 필자는 직업이 따로 있다. 잠시 쉬어가는 오두막에 앉아 흐르는 강을 보며 나팔처럼 꽃을 엮어서 유유자적하는 것도 좋다. 잠시 일의 속박에 떠나 나름의 여유를 찾는 일이다.
시 시멘트는 시에 대한 묘사로 더 설명할 것이야 있겠는가마는 창백한 하루가 서로 교감하는 장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니 하루 저문 후에 눈앞에 떠오르는 모란꽃은 없어야 하며 석공의 손이 뜯기는 일이 있더라도 정은 두드려야 맛이다.
===================================
각주]
강해림 1954년 대구 출생 1991년 <현대시> 등단
[네이버 지식백과] 해어화 [解語花] (두산백과)
좌익도 우익도 아닌 것이 돌처럼 서서히 굳어간다 침묵이 더 큰 침묵으로 덮어버리고 견딘다 이 숨쉬기조차 끊어버린,
내 안의 무수한 내가 반죽되고 결합작용을 하느라 벌이는 사투를, 불화의 힘으로 고립된다 외롭지 않다
가슴에 철로 된 뼈를 박고 나는 꿈꾼다 불임의 땅을, 내 자궁 속 무덤에 태胎를 묻은, 위대한 건설을
나라는 극단을 위해 극단을 버린 내 비겁함을,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가는
조작된 유전자처럼 내 안에 들어오면 감쪽같이 은폐 된다 암매장 된다 폐륜의 저 뻔뻔한 얼굴도 살인의 추억도
불나방 같은 네온 불빛을 불러들이기 위해 밤 화장을 하고 더욱 요염해진다 도시는, 회색분자들이 장악한
사막에 홀로 피는 꽃처럼 오래 견딘 만큼 강렬해진 갈증과 독기로 제 육체에 새기는 균열의 문장을
내 데스마스크의 창백한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잿빛 글씨들
鵲巢感想文
시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굳건하다. 문장도 딱딱 맺고 끊는 맛이 있어 읽는 맛까지 더한다. 시는 좌익도 우익도 그 어느 쪽도 편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중립적이어야 하며 비종교적이어야 한다. 문장은 돌처럼 흩뜨림이 없어야 하며 앞뒤 맥이 맞고 의미까지 온전히 전달하여야 한다. 침묵은 한층 더 해서 경솔함이 배어나서는 안 되겠다.
시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다. 내 안의 무수한 내가 융합하고 결합하여 한 편의 철학으로 올곧게 서는 일이라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이로 인한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일률적 행진에 고립한다. 이러한 사열로 시는 절대 외롭지 않다.
시는 철처럼 단단한 의미를 품고 뼈처럼 굳은 문장으로 세상 바라보는 일이라 자궁과 같고 태를 묻은 무덤과 같다. 하지만 시는 결코 쌍둥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시는 철저한 불임을 주장하며 경전으로 자리매김하여 세상 바라보아야겠다. 시인이여 그대만의 문장의 국가를 건설하라.
어쩌면 나는 시를 위해 현실의 삶을 버린 내 비겁함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국경 없이 이심전심以心傳心하여 서로 통하는 경전이 되어야겠다.
세상 그 어떤 악의 행위는 정화하여 조작된 유전자처럼 잘못된 일은 없어야 하며 패륜 같은 반인륜적 행위를 없애며 생명경시의 살인은 더욱 없어야겠다. 그러므로 시는 당당히 서 있어야겠다.
불나방 같은 네온 불빛을 불러들이거나 밤 화장처럼 요염한 자태는 시멘트에 묻어야겠다. 회색분자들이 장악한 도시가 아닌 희망을 품고 내일이 있는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갈증을 극복하고 독기로 세상 우뚝 바라보며 선 이 육탈한 문장 위에 홀로 핀 꽃처럼 사막을 바라보듯 세상을 보아야겠다.
시인이여 창백한 입술로 죽음처럼 굳건한 이 시를 세상에 독고 한다.
시는 해어화解語花처럼 세상 바라보아야 한다. 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비유한다. 이 말은 유래가 있다. 당나라 현종(玄宗)은 비빈(妃嬪)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연꽃을 구경하였다. 현종은 양귀비(楊貴妃)를 가리켜 연꽃의 아름다움도 '말을 이해하는 이 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현종의 이 말은 고사로 '해어지화(解語之花)'라고도 한다.
원래 양귀비는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수왕(壽王)의 비(妃)였으나 현종의 눈에 띄어 그녀의 나이 27세 때 귀비(貴妃)로 책봉되었다. 그 후 현종의 총애를 받아 그 일족이 모두 높은 벼슬에 오르는 등 영화를 누렸으나,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피난 가던 도중 길가의 불당에서 목매어 죽음을 맞았다.
시는 문학의 꽃이다. 꽃처럼 세상 바라보며 사회의 묵은 때를 씻기며 독려한다. 시는 나팔꽃으로 지붕을 엮은 오두막과 같다. 정실로 비유하기에는 필자는 직업이 따로 있다. 잠시 쉬어가는 오두막에 앉아 흐르는 강을 보며 나팔처럼 꽃을 엮어서 유유자적하는 것도 좋다. 잠시 일의 속박에 떠나 나름의 여유를 찾는 일이다.
시 시멘트는 시에 대한 묘사로 더 설명할 것이야 있겠는가마는 창백한 하루가 서로 교감하는 장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니 하루 저문 후에 눈앞에 떠오르는 모란꽃은 없어야 하며 석공의 손이 뜯기는 일이 있더라도 정은 두드려야 맛이다.
===================================
각주]
강해림 1954년 대구 출생 1991년 <현대시> 등단
[네이버 지식백과] 해어화 [解語花] (두산백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