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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식사 /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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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8회 작성일 17-01-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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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식사 / 이민하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
    굶은 적 없는 사람도 며칠을 굶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메뉴로 꽉 찬 식당에 모여
    이를 악물고 한 끼를 씹는다

    하나의 혀를 가진 사람도 세 개의 혀를 가진 사람도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의 비면 조용히 입을 닥치고

    솜털처럼 우는 안개비도 천둥을 토하는 소나기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

    하나의 우산을 접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鵲巢感想文
    시詩 ‘거리의 식사’는 한 끼 영혼의 식사다. 거리는 어떤 물건이나 장소 간의 떨어진 길이, 혹은 공간이나 사람 간의 감정 따위의 간격을 말한다. 여기서는 시와의 간격을 말한다.

    시 1연을 보면,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우산을 펼 수밖에 없다. 굶은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다. 입은 하나다.

    시 2연은 시 1연을 더 사실적으로 진술한다.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나가며 메뉴로 꽉 찬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긴다.

    시 3연은 시의 관점이 바뀌었다. 시의 처지다. 시는 하나의 혀를 가질 수도 있고 세 개의 혀를 떠나 천 개의 혀를 가질 수도 있다. 독자다.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이 비워지고 조용히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 책을 덮었다는 뜻이다.

    시 4연, 솜털처럼 부드러우나 안개비처럼 흐릿한 글도 천둥을 토하며 격렬한 소나기 같은 글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으로 전락한다. 여기서 쿠키라는 시어가 재밌다. 쿠키는 과자의 일종이지만, 컴퓨터 용어로 사용할 때는 정보를 담는 파일이나, 방문 기록 같은 것을 은유한다. 쿠키처럼 왔다 간 흔적만 있을 뿐 그 흔적에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시는 잊혀 가는 존재다.

    시 5연, 하나의 우산을 접고, 잠시 영혼을 다독인 책은 덮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즉, 너와 나의 행보, 너와 나의 교감은 여기서 접게 되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신발이라는 표현보다는 구두라는 표현을 즐겨 쓰기도 한다. 구두는 신발을 뜻하는 그 구두가 아니라 구두(口頭)다. 여기서 시인 이수명 시인의 시 ‘검은 구두’를 잠시 보자.


    검은 구두 / 이수명


    구두를 신고 그는 잠이 들었다.

    나는 흙이 묻은

    그의 커다란
    검은 두 귀를

    벗겨주었다.


    여기서 구두는 시의 제유다. 잠이 들었다는 말은 시의 결정체다. 커다란 검은 두 귀를 벗겨 주었다는 말은 화자, 즉 시인의 시 해체를 말한다.
    나는 이 시를 패러디한 적 있다.


    거뭇한 비문 / 鵲巢


    비문을 새긴 그의 무덤을 본다.

    나는 지방이 고운

    그의 일대기
    거뭇한 두 발을

    닦아주었다.


    시는 무덤과 같다. 그만큼 무겁다. 시인 유홍준 선생은 유골*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뼈대 있는 말은 그 살과 내장과 눈이 없어도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내가 쓴 시어에 지방이라는 말도 여러 가지 뜻이 있음이다. 서울에 대치되는 말인 지방, 신주(神主), 길 가의 개울 등을 뜻한다.
    이민하의 시 ‘거리의 식사’를 보았다만, 필자 또한 거리라는 시제를 사용한 시가 있다. ‘거리는 쫄깃하다’, 잠깐 소개하자면,


    거리는 쫄깃하다 / 鵲巢


    반들거리고 짙은 고동색 접시 위 회칼로 정갈하게 빚은 도다리 한 접시 있다. 잘 버무린 초장과 한쪽 모서리에다가 방점 놓은 고추냉이 위태하다.
    접시는 모두 둘,
    간소하게 붙은 살점이 서로 붙들고 있다. 이미 결딴난 등지느러미 쓰레기통으로 가고 핏기없는 게 촘촘하다.
    한 점 한 점 젓가락으로 집는다. 물컹하게 씹히는 것 사이 이와 이, 혀와 침, 초장과 고추냉이가 번갈아가며 저울질한다.
    어떤 거는 잔가시가 삐죽거리기도 하지만 그나마 씹는 데는 별별 괜찮다.
    잘 씹으세요. 비늘, 걸리적거릴 거예요.
    한 때는 저 깊은 바다 곳곳 다녔을 도다리, 소금기 가르며 들여놓고 빼는 아가미의 조율 더는 없다. 하얗게 잘 바른 살점 한 점,
    젓가락 허방 짚다가 단단히 한 점 집는다. 어느새 오돌오돌 씹는 것도 금방 비우고 짙고 반들거리는 고동색 접시만 유난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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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카페 확성기 1권 참조
    *이민하 전북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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