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소녀와 건달오빠 /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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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소녀와 건달오빠
가슴 아래 발긋한 부스럼이 솟아요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요
감기가 오려는지 목구멍이 뭉근해요
털복숭이 손바닥이 따끔거려요
생트집만 잡고 싶어요
누군가 막 패주고 싶어요
도둑고양이처럼 밤거리를 헤매다가
돈도 안 되는 물건이라도 훔치고 싶어요
훌쩍훌쩍 울고 싶어요
진종일 졸고 싶어요
맨 얼굴로 집 안에만 있고 싶어요
얼큰한 짬뽕국물을 마시고 싶어요
달력에 가위 동그라미 그리며
저 여자가 드디어 시작하는군,
웃음을 얹는 당신은
환하고 앙큼스런 동굴입니다
이 못된 몸 죽으면 달려와
삼일 안에(이틀만에 깔끔하게 죽을 수도 있고)
따라 죽겠다는 그 말,
몸은 변덕스러워도
진실이라 믿어요.
- 오정자
<감상 & 생각>
이제, 비행소녀와 건달오빠가 두드릴 사랑의 門은
어느 곳에 숨겨진 채로, 하나의 계시(啓示)로써
인간적 삶이 만들어내는 온갖 시련(試練)을 기다릴 것인가.
살아가며 시련이야, 피할 길이 없다 하더라도...
세상 한 끝에서 떨어져 나간, 그들의 어설픈 애정이
곱다랗게 느껴지는 건 또 무슨 까닭(所以)인가.
비행(非行)이 비행(飛行)으로,
건달(乾達)이 건달(建達)이라 생각되는 건
그래도 그들에겐 비상하는 꿈과 서로를 향한 견고한
마음의 진실이 있어서일까.
요즘의 이른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에게선
사랑조차도 치밀한 계산이겠지만...
마치, 인디 Indie(독립) 영화의 짤막한 동영상 같으면서도
그러나 왠지 네버 엔딩 스토리 (Never Ending Story) 같은.
(시인이 설령, 가벼운 터치 Touch로 써 본 거라 强辯하더라도)
- 희선,
오빠가 돌아왔다 - W & 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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