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냄새 =문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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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냄새
=문원민
낚시 다녀온 이웃 김씨가 건넨 생선 세 마리,
머리 떼고 배 갈라 뒷마당에 널었더니
볕 좋고 바람 좋아 꾸들꾸들 말라 가네
바닷가 비탈마을 골목에는
집집마다 비린내가 진동했었지
대문 옆 개수대 바닥엔
눌어붙은 비늘이 반짝반짝 빛났었지
이역만리 뒷마당이 비린내로 진동한다
눈 감고 볕 쬐고 앉아
종일 나도 진동한다
풍월당 시선 01 문원민 시집 파도라는 거짓말 39p
얼띤感想文
시인의 고향이 바닷가인가 보다. 고향이 바다가 아니라도 쓸 수 있는 시, 언어의 고장은 바다니까, 모든 어가 모이는 곳 바다다. 사실, 고향보다는 바닷가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끔 머리 복잡할 땐 어느 바닷가에 앉아 쓸어놓은 바다 한 젓가락 집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고향이라 하니 며칠 안 있으면 한 해 대명절 추석이다. 그 전에 벌초하는 일, 이번 주나 다음 주는 가야 하니 여간 마음에 부담으로 닿는다. 예초기는 날이 무디어 며칠 전 손보아 놓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벌초는 이번 생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다음 생은 가지도 않을 거 같다. 가족묘 한다지만 이것도 앞으로는 없어질 것이다. 제례의식도 없어질 것이고 처가나 종가라는 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결혼은 아주 드문 일이라서 또 한다고 해도 오래가는 일 없으니, 애를 낳는 것보다는 댕댕이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다. 커피 납품에 들은 얘기다. 어느 집 아주머니의 얘기다. 몸이 아파 딸년에게 전화했더니 기르는 개가 아파 못 간단다. 엄마는 내 말고도 부를 사람은 있잖아. 언니나 동생 말이다. 얘는 나밖엔 없다며 얘기한다. 댕댕이를 위한 화장터, 댕댕이를 위한 추모공원까지 나왔다. 카페는 나 많은 어른으로 가득하고 마트는 외국인으로 가득하다. 거리는 외국인이 문 연 가게가 더 많다. 최저임금을 급히 올린 일 어찌 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 자영업자는 죽을 일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안 쓰게 되고 또 그렇게 맞춰 간 것이다. 고향 냄새라 나에게도 고향 냄새가 있을까? 살구나무 한 그루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길바닥에 후두두 떨어진 살구 한 알씩 집어먹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외 고향이라 하면 안면 부딪힐까 두렵고 그래서 멀찌감치 나와 산 일인지도 모르겠다. 동동주 딱 한 사발과 김치 한 쪼가리면 정말 고향이 따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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