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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 없는 맥문동을 바라보며 걸었다 =박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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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회 작성일 24-08-29 21:04

본문

우리는 꽃 없는 맥문동을 바라보며 걸었다

=박가경

 

 

    비스듬한 언덕에는 너는 보라색으로 서 있지 않았다. 비스듬한 언덕에는 어깨가 처진 풀이 많고, 풀이 많은 언덕에는 그림자가 많다. 어깨 처진 풀은 비밀을 받고 서 있고, 어깨 처진 풀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보라색을 몸속에 꼭꼭 숨긴 맥문동 이파리 위로 작은 물방울이 반짝인다. 터질 듯 팽창한 빛을 가졌다. 햇살 아래에서 이파리와 물방울이 함께 출렁인다. 실처럼 퍼져 가는 무지개, 무지개 속으로 내 안의 기억이 들어간다.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그립다고 생각했다. 그 벌레들의 울음이 여럿으로 가득할 때 내 울음을 곁에 놓아두고 싶다. 울음이 가득한 채로 노래를 쏟아 내고 벌레들은 사라지겠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비스듬한 언덕을 비스듬한 어깨로 걷는다. 맥문동을 눈으로 그리며 걷는다. 너와 나는 눈 안으로만 꽃을 그린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아니 더 외로워지고 싶어서, 보라색을 잊는다. 지독히 외로워지기 위해서, 아니 너무 외로워서, 비스듬한 언덕과 출렁 다리가 만났다. 길과 길이 이어진다. 우리는 꽃 없는 맥문동을 바라보며 걸었다.

 

 

   시작시인선 0387 박가경 시집 우리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계절이 살고 있다 110p

 

 

   얼띤感想文

    우둘투둘한 바닥에는 비유는 비유로 누워 있지만은 않았다 우둘투둘한 바닥에는 비유는 짙은 안개를 머금으며 다만 비유를 지우고 있었다 그곳은 어둠만이 산재하며 약간의 거름 냄새와 지독스러운 날씨에 옷이 젖어 있었을 뿐 오직 고행의 가시밭길이었다 가는 길은 한없이 질컥거렸고 구두는 진흙 덩이로 찰떡처럼 여기저기 나붙기 시작했다 골진 양철로 지은 어둠 안의 십여 평 남짓한 흙바닥에는 울음이 있는 곳보다 앞서 온 낭만이 산재하며 통일성이라곤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다들 냉방이라고 아우성들이지만 바닥에는 엮은 짚이 엮은 짚을 당겨 한동안 미온 적한 온기만 유지할 뿐 오직 죽음을 바라보고 버티고 있었으므로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살얼음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함지로 가려놓은 창에는 하얀 얼룩과 하얀 시새 그리고 까무잡잡한 먹새가 깔린 틈으로 마치 밤하늘에 별이 박히듯 노란 개미 떼가 줄지어 깔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흰 돌들이 흐르는 물에 잘 연마되어 윤기 흐르듯 부드러운 소리였다 나는 그 통로가 진짜 무덤 길인지는 모르나 한동안 논란이 있을 것 같아 거적으로 살짝 덮어 두기로 했다 오 아름다운 계곡의 물흐름이여 소리여 박직한 황소의 걸음이었으니 그리 쉽지 않은 광경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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