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에 모이기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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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에 모이기
=김이강
밀라노에 가서
모기 때문에 고생했다
젠장, 모든 걸 다 바쳤는데
그런 아이들이 운하에 모여
모기에 뜯기며 놀았다
턱수염 난 연주자가 관악기를 불었다
관악기는 부는 것인데
김수영은 왜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했을까
그것도 우주를
중동 아이들에게서 모기 퇴치제를 샀는데
다리에 뿌리니 시원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96 김이강 시집 트램을 타고
얼띤感想文
밀라노라는 시어 하나만 보더라도 분명 외국이며 외국어지만, 영어식 표기로 써놓은 건 아니므로 재밌게 상상한다. 빽빽하거나 밀密, 꿀 같은 밀蜜, 펼치거나 펼쳤거나 라羅 혹은 벗은 아니면 털이 없거나 라裸 밥그릇 노盧 죽음을 앞둔 늙은이 노老도 좋다. 아무튼, 시 객체가 머무는 곳 그곳이다. 모기는 언뜻 곤충이라는 사실에 빠져들다가 시에서 다룬 진정한 모기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여기는 시니까. 모기耄期란 여든 살 이상의 노인을 일컫는 말이다. 늙은이 모耄에 기약할 기期로 이룬다. 물론 이 단어를 모른다 해도 모기는 어머니의 기운쯤으로 얼핏 생각을 가져도 시 객체라는 느낌이 든다. 항시 시를 일깨운 쪽은 어머니이니까, 어머니로 인해 새롭게 태어나는 쪽은 我다. 아이와 아이들 자다. 운하라는 곳 구름과 안개라는 운하雲霞 수리 관개 배수 급수 인공 수로로 보는 운하도 있다. 시 객체와 연결고리가 있는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턱수염 난 연주자, 턱수염은 검고 가는 것을 연상한다면 대표적인 검정의 상징물이다. 관악기, 물론 악기 이름이지만 관, 악, 기 따로 연상하면서 감상을 즐길 일이며 김수영은 이미 죽은 시인으로 좌측 세계관을 그린다. 중동,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극동과 근동의 중간 지역 서아시아 일대지만 겨울이 한창인 음력 11월도 중동仲冬이다. 다리, 시 주체와 객체를 잇는 교량적 역할을 다룬 시어지만 다리는 多理로 많은 이치가 숨겨 있는 듯한 시 주체의 상징물이다.
시는 각종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일, 붓과 물감이 따로 필요가 없다. 소재는 다양하고 재료 또한 널렸다. 간편하고 재밌는 일이다. 토마토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할 때 붓으로 일일이 그리듯 시 또한 마찬가지다. 일상의 재미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삶의 흥미를 북돋는 일 그것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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