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낯선 곳에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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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낯선 곳에
=전동균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촛불 같고 서리 같은 그 손이 누구 것인지
더 이상 묻지 말자
기도하지도 말자, 더 외로워질 뿐이니
잊고 잊히는 일은 유정한 일이어서*
나는 날마다
사라지는 별의 꼬리에 매달려 춤추는 꿈을 꾸고
아침마다 낯선 곳에 와 있고
⎯저를 부르지 마세요, 저는 제 이름을 몰라요
흩어진 알약, 멈춘 시곗바늘이 되고
얼어붙은 눈더미, 눈더미 사이로 빨강 모자들이 지나갔습니다 유리구슬 소리 낭랑하였습니다 발자국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장옥관 시 「일요일이다」의 “버리고 버림받는 일은 유정한 일이다”에서,
문학동네시인선 216 전동균 시집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042p
얼띤感想文
시에서 다루는 시어, 아침은 어떤 뜻일까를 두고 고민한다. 물론 현실에서 쓰는 아침과는 분명히 다르겠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다가서 본다. 그러면 아침, 我라는 명칭과 침수浸水라 할 때 그 침을 언뜻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논리로 시에 다가서는 건 아니지만 어떤 때는 대충 의미가 가닿기도 해서 상당한 재미를 불러온다. 물론 재미라고 하면 시인께 송구할 일이기도 하다. 시인께서는 이 속에 굉장한 외로움이라든가 고독한 감정으로 한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침수와 같은 작용이 없더라도 눈이 깨이는 시점은 시의 아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 아침이 닿기 전에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이 있었다. 그 손은 촛불 같고 서리 같다. 촛불이라 하면 평화적 시위가 언뜻 스치기도 하지만, 기도하는 마음의 상징이라면 서리는 냉기로 어떤 열정을 잠식시키는 효과로 닿는다. 말하자면 극과 극이다. 이 두 효과 중 어느 것이 나을까 하는 것도 쓸데없는 일이다. 노자의 사상에서 칭찬과 욕은 몸에 해롭다고 했다. 이를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 한다. 자세히 풀어 쓴다면 평범(平凡)한 사람은 사소(些少)한 총애(寵愛)와 모욕(侮辱)에도 놀라지만 사물(事物)의 도리(道理)에 정통(精通)한 사람은 그런 것을 경계(警戒)한다는 뜻으로, 총애(寵愛)와 모욕(侮辱)을 초월(超越)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여기에 신경 쓴다는 것은 사람만 더 외로워질 뿐이다. 사람이 더욱 외로워지게 하는 것은 자아의 왜소에 있다. 자신만의 보폭은 분명히 있다. 그것을 먼저 발견하고 그 보폭에 맞춰 진폭을 곁들인다면 웬만한 다리는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진동과 바람이 맞닿을 때는 그 어떤 인간의 힘이라도 소용없는 일이 된다. 나에게 왔다가 스쳤다가 간 거대한 존재의 물결은 그들만의 보폭과 진동을 격했을 뿐이다. 시인께서 말한 빨강 모자란 바로 이러한 존재의 의미로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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