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억 7천만 년의 밤 =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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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7천만 년의 밤
=박정대
창가에 앉은 나, 56억 7천만 년 동안 밤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문학동네시인선 085 박정대 시집 그녀에서 영원까지 151p
얼띤 드립 한 잔
시인은 왜 56억 7천만 년의 밤을 창가에 앉아 밤 풍경을 즐겼을까? 이에 비하면 지구의 나이는 넉넉 잡아도 45억 년이다. 56억 7천만 년의 나이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 7000만 년이 지나 사바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 미륵불을 가리킨다. 미륵불이란 내세에 성불하여 사바세계에 나타나서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보살이다. 사보살(四菩薩)의 하나다. 인도 파라나국의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의 교화를 받고, 미래에 부처가 될 수기(受記)를 받은 후 도솔천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 세계 즉 사바세계는 어둠만이 산재하며 고뇌와 고통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지경을 설명한다. 한마디로 빛이라고는 없는 것이 된다. 사실, 깨우침이라는 게 56억 7천만 년이나 밤으로 가는 이도 있겠지만 단 십 분 만에 혹은 하룻밤 사이 해골바가지에 든 물 한 모금으로 깨친 이도 있다. 사바세계에 반하는 것이 피안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미화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안이 있다면 사바세계에서 지면으로만 만난 일, 그간 스쳐 간 많은 위인을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세종과 다빈치, 고흐, 외 여러 인물을 거기서는 어떤 모습으로 마주 대할 것인가? 아니면 거기서도 하나의 중생으로 창공을 나는 것인가? 어찌 되었든 고통은 연장선이겠다. 思가 흐르는 곳이라면 바닷물에 휩쓸려 흐르는 沙처럼 무상무념의 세계, 그곳이 진정 피안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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