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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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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들목 =오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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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회 작성일 24-09-02 19:25

본문

나들목

=오병량

 

 

    갈피라는 말, 소매를 걷는 여자의 손목에서 본다

    들머리에 닿은 흔적에는 변심한 애인의 입술 자국

    얼핏 보았다 한 사람을 두 번 사랑하려고 그은

    중앙선이 붉다 그 어름에 바리케이드

    물결 같다 물살을 떠미는 구릉 같은

    비가 왔나요? 하필 오늘 같은 날

    여우비다 마스카라가 번져 눈빛을 올린다

    그녀, 와이퍼가 닿지 않은 창으로

    더러운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 노래 나도 알아요!

    신호를 놓쳤다 나를 알아요? 잘못 들어서

    두고 온 우산 생각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배관을 살펴본다고

    수도세가 많이 나오는 전셋집,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모르겠다, 구멍난 우산을 누구에게 선물받았는지도

    나는 여자가 바라보는 물가를 한없이 동요해본다

    고장을 염려하는 집주인의 심정으로

    배관공의 시선으로 다시, 젖어가는 하늘

    끝없이 기다리는 것이 버거워서

    큰일은 아니겠지요? 묻는

    옛 애인의 축가를 부탁받은 여자 옆에서

    신호를 지키고 있다 혀끝을 말아올린 경적 소리

    눈을 꼭 감고 보니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이 모든 범람 앞에서

    물살이 가문 자리 그 붉은 손목에게

    괜찮을 겁니다 목숨이 내릴 겁니다

    창틈으로 응얼응얼 밀려오는 것들을 말하면서

    비로소 물은 평등한 누수

    건강한 빛을 나는 안다

    손목을 적신다

 

 

   문학동네시인선 212 오병량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018-019p

 

 

   얼띤 드립 한 잔

    갈피라는 말, 일의 두서나 방향 혹은 틈이나 사이를 말한다. 들머리는 길목, 어귀 들어가는 입구다. 중앙선은 시 객체로 본다. 앙에서 오는 어감이 모두 위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뒤에 오는 색감 표시 또한 그렇다. 흰색이거나 검정이 아닌 다만 붉다. 붉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어름이란 두 사물의 맞닿은 자리거나 구역과 구역의 경계점이다. 바리케이드 방어벽이다. 시는 원래 방어벽을 형성한다. 그 내부의 구성 미에 따라 와해하는 시간은 반비례한다. 비가 왔나요? 그러니까 인식이든 불통이든 뭔가 있었나요? 하며 묻는다. 여우비다. 물론 잠깐 오다가 그친 비지만, . . . 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마스카라는 검정을 상징한다. 그녀는 자다. 와이퍼를 꺼내놓으니까 마치 차에 있는 듯한 느낌이 오고 시제와 일맥상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시상의 흔적 같은 것이다. 이 노래 나도 알아요! 이 소리에 신호를 놓쳤고 나까지 놓친 일이 되었다. 마치 나를 알아요하는 거처럼 집에 두고 온 우산 생각이 났다. 뭔가 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민낯이었다. 관리사무소라는 얘기가 언뜻 나오지만, 이는 시의 시선을 갑작스럽게 돌려 버린다. 왜 그랬을까? 배관을 살피고 수도세가 많이 나오는 전셋집처럼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반문한다. 그러니까 관리사무소는 시 주체의 대용이다. 수도세도 일종의 세금으로 닿고 내가 대한 여자도 일종의 세금처럼 본 것일까? 그것은 구멍 난 우산을 누구에게 선물 받은 거처럼 맹하다. 그러니까 시적 불통이자 맹한 얼굴을 대하는 일 그곳은 바로 나들목이다. 시적 주체는 여자가 바라보는 물가를 한없이 동요해 본다. 고장을 염려하는 집주의 심정으로 그러니까 수도세와 같은 세금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배관공의 시선으로 젖어가는 하늘, 시적 주체에서 객체로 이전의 기능은 더디고 이러한 더딘 일은 버겁기만 하다. 왜냐하면, 계속 열어놓아야 하는 압박과 초조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적 주체는 눈을 감는 행위밖엔 없고 감고 있었을 뿐인데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는 있었다. 인식이다. 한 번 물꼬를 트는 게 문제지 틔워놓으면 그다음은 고속도로다. 그 붉은 손목에 괜찮을 겁니다. 좀 무겁게 말하고 목숨은 내릴 거니까 건강한 빛은 안다. 손목을 적신다는 일 즉 새로운 시의 전개를 우리는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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