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TX =문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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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TX
=문원민
숲으로 난 긴 통로를 지나면 그 길 끝 어디선가 푸른 사막과 마주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붉은 해의 마무리는 언제나 수면에 일렁이는 멀미처럼 규칙 없이 쪼개져 중앙부터 맞춰 나가야 하는 천 조각 퍼즐, 혹은 어떻게 기워도 어둠 편으로 새 나가고 마는, 틈새를 통과해 낸 저 벽 너머의 소리
얼띤 드립 한 잔
Ribbon TK=崇烏=
황혼 녘이면 들판은 황금 물결로 파도를 타는 듯했다 그때마다 고독과 우울함이 덮쳐 오고 깊은 수심에 빠졌다가 허우적거렸다 다시 떠오르는 부력이 있다면 하루가 멀다고 맨살 깎는 저 둔치의 대패질 소리 툭툭 튀어나온 옹이까지 안으며 이참에 날 선 우도까지 손에 쥐어 소 잡고 양 쳐서 술까지 걸러 떡 치다가 떡 치다가 날아간 떡메가 있었다.
시제가 ‘파리, 티엑스’다. 티엑스는 세금(tax)를 줄여 이르는 약자이기도 하고 텔레폰(telephone)약자, 혹은 치료(Treatment (Tx))로 쓰기도 한다. 뭐 시니까 어떤 내용으로 생각해도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파리다. 파에서 오는 느낌 물결이거나 깨뜨릴 것 혹은 잡거나 뿌릴 파, 여기다가 어떤 이치를 다룬다면 시의 맥락에 얼추 닿을 거 같다. 시 주체에서 바라본 시 객체는 숲처럼 우거져 있다. 그 우거진 숲을 헤쳐 긴 통로 끝 마주한 이가 있다면 그것은 푸른 사막처럼 생을 추구하는 모래성이겠다. 붉은 해는 수평선이나 다름이 없는 지면과는 대조적이며 붉은 해의 행로는 마치 천 조각처럼 붙여나가는 퍼즐로 묘사한다. 그러니까 아무거나 쪼개고 잇고 붙인 시, 혹은 깁거나 어둠으로 빠져나가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묘사한다. 그렇게 나간 것 모두가 파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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