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팔월이었지 내일은 구렁이가 일어날 봄일 테고 그러거나 말거나 너는 미친년처럼 소리를 지르며 홍대 주차장 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녔지 누군가 너의 가방을 들고 뒤쫓았지만 너는 너무 빠르고 두려운 나머지 네 얼굴을 감싸며 달아나고 사람들은 더위에 지친 걸음으로 너를 보네 이 허망한 밤처럼 우물쭈물하는 취객들 뒤에 숨어 지난밤의 순례와 지지난밤의 진창 속에서 울먹이며 기도하는 신을 향해 너는 지치지도 않는 짐승이 되어 풀어진 목줄을 휘날리게 있네 살찐 돼지의 헐떡이는 심장으로 스스로 숨통을 끊지 못해 우우우우 어쩔 수 없는 밤이 우리를 갉아먹도록 오, 놀라운 평화의 밤이로다 누구도 꿈꾸지 않는 공백의 밤이로다 한숨과 불면에 겁먹은 사람들이 작은 선의에도 피가 마르고 있네 아랫입술이 윗입술에게 말문이 막히는 지경으로 쓰레기통 옆에서 잠든 사람들과 걷어차인 술병들이 소란스럽네 너의 머릿속에는 쇄빙선 지나가는 소리 무엇을 위해 이곳을 떠돌고 있나 이제는 구제불능의 고개를 흔들며 더없이 슬프고 이상한 밤에는 두 다리를 떨던 사람들이 허공의 십자가를 향해 전진하네 너는 사라지지 않고 도모하지 않고 쏟아지는 고양이들의 울음과 날카로운 경적음 속으로 달아나네 식은땀을 흘리며 리어카를 끄는 자욱한 빛이 네 얼굴을 스칠 때 우리의 가슴은 푸르른 멍을 쥐고
민음의 시 268 박은정 시집 밤과 꿈의 뉘앙스 41-42p
얼띤 드립 한 잔
다시 펜을 들고 말았어! 우리는 분명하게 정해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안락한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에다가 흉한 잡동사니로 가득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거 생각하면서 어떻든지 간에 잘 써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 지저분한 길을 떠올리며 바닥에다가 신경망을 펼쳐보는 것이네 매끄럽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적을 순 없잖아, 문제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협조를 하느냐에 달려 있네! 전혀 따를 의사는 없어 보이고 생활은 더욱 궁핍해지겠지. 너무 독립적이라 사람들은 쳐다보지를 않고 은퇴한 사람처럼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뿐이었네 그건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모든 게 변화할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 이 땅에서 혼자 서성이는 혁명가만 온전한 자리 하나 손에 쥐며 자폭할 거야 우리는 분명히 이 큰 회오리바람에서 신선한 공기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을 믿어야 했어. 당연한 유토피아적 예언은 접어두고 비행기를 타며 창밖을 내다볼 때 느닷없이 기러기가 날고 곁눈으로 곁눈을 바라보며 우울감에 빠지는 일 현대의 사색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해골이 담배를 물고 11시가 다 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거리를 서성이고만 있어 이런 빌어먹을 만약 병역의무 때문에 살찌운다는 너의 거친 목소리 말이야 아직도 유효한지 모르겠구먼, 그러면서도 라면을 끓이고 아무런 이유 없는 그릇을 깨뜨리며 비관하거나 불안을 느낄 필요까지 없잖아. 리본을 맨 너의 엄마처럼 새로운 것을 보려고 첨성대에 서 있잖아. 일본에 나간 옛 말벗을 지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