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우산은 어디로 갔을까/ 김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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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912]
그 우산은 어디로 갔을까/ 김주수
저녁 10시까지 하는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
어둠 속에 비가 와서
아버지가 우산을 주러 교실까지 찾아오신 적이 있었다
그 우산을 잡았을 아버지의 손
그 우산을 잡았을 나의 손
왜 그 우산을 다시 잡아보고 싶을까
30년이 더 지나 이제
우산을 전해줄 아버지도 안 계신데
문득 왜 그 우산이 애틋하게 생각났을까
우산은 평소엔 잊혀졌다가
비가 올 때만 생각나는 것
그때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는 늘
내가 비 맞지 않는 생을 살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나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을 것이고
비가 쏟아지는 날엔 언제든 우산을 주러 찾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생의 폭우에 몸을 가릴 수 없었던 날 많았으니
비에 젖어 내 좌절과 슬픔에만 골몰한 날 많았으니
아버지께 생의 우산 한번 되어드리지도 못한 나는
왜 이제사 우산을 들고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을까
아 영영 잃어버린 나의 우산,
어딘가에서 비 맞고 계실 것 같은 아버지!
[시감상]
우산은 평소엔 잊혔다가 비가 올 때만 생각나는 것이라는 본문의 내용이 나를 저릿하게 한다. 곧 다가올 추석 명절. 마치 비 내리는 날 우산과 같은 기억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 나와 끊어진 관계들. 그 모든 것들을 우산처럼 찾아 회상하고 추억하는 날이 추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산을 들고 교실에 오신 아버지, 어딘가에서 비 맞고 계실 것 같은 아버지. 이번 추석엔 우산의 의미를 다시 반추해 보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주수 프로필]
문학박사, 시인, 경성대, 상지대 교수 역임, 시집 (소나무 물고기)(바람이 숲을 안을 때) 외 10여권 저서 출간, 마인드 컨트롤 심리상담센터 운영 중
김주수 시인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가슴 저릿하게 읽었네요.......아버지 생각 하게 됩니다. 형님...
아버지도 그렇지만, 제가 아버지 역할은 제대로 하는지 참...
추석이 벌써 코앞이네요...다음 주, 길고 긴 연휴니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ㅎ^....건강 꼭 챙기시고요....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아우님도 어려운 시기에...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혜롭게.....
명절은 이제 명절이 아닌,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어 가네요..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