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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 서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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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83회 작성일 16-05-20 04:43

본문

천뭄학자 / 서영처

바흐의 음악들은 별빛, 수백 년을 거쳐 내게 도달한다

느린 악장을 천천히 켜며
나는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총총한 별자리를 더듬는다
선율과 화성으로 가득 찬 별들의 길과 간격
나는 둥근하늘을 가늠하고 측량한다
활 끝에 묻히는 별빛에 귀를 곤두세운다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오리온
宇宙絃(우주현)을 건드리자 푸가, 자유롭게 쫓아다닌다

내 별은 멀찍이 서서
그를 향해 반짝일까 말까 반짝일까 말까 반짝인다

무한한 창공인 바이올린의 자판위에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더듬어내던 음정
나는 다시 별들의 길을 추적한다
별빛들을 끌고 와
활 끝에 휘감아서 펼쳐낸다

부드러운 소리들을 비밀한 바구니에 담아둔다

* 서영처 : 2003년 계간<문학 판>으로 등단

* 감상
화살 끝에 별빛을 묻혀 시위를 힘껏 당긴다
수많은 별빛 사이로 별똥별이 흐르듯 반짝이며 날아가서
페가수스,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오리온등 우주현을 튕기자
바흐의 음악이 유성우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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