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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노래하는 중이에요 / 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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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9회 작성일 16-05-3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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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노래하는 중이에요 / 심인숙

초저녁달이 도르레를 내리고 있어요
끊어진 수화기에선 아직도 당신의 말소리가 세어나와요
슬플 땐 노래하라고 밀림의 타잔이 말했던가요
샤우팅 창법으로 노래하고 싶었어요
나는 주춤거리다 이내 달이 끄는 도르레에 올라타요
담을 훌쩍 넘어서
아아 새보다 빠르게 달음박질 치는 건 내 몸의 긴 그림자예요
달빛 도르레에 매달려
난 정말 가뿐하게 네거리 빨간 신호등을 건너가고 있어요
밧줄을 잡고 나무와 나무의 등을 옮겨 타며 밀림을 지나가고 있어요
아아 코끼리를 불러볼까요
구구구 자그마한 구관조들이 몰려오내요
물소리가 들려요 폭포수가 보여요
공기방울처럼 흩어져 내리는 함성들
빈 둥지를 슬쩍 건드리면 하프를 켜는 천사들이 나올까요
당신의 말소리 이곳에선 들리지 않아요
나는 달빛 도르레를 타고 울퉁불퉁한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어요
악보를 삼킨 달이 연거푸 노랠 불러요

* 심인숙 : 2006년 전북중앙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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