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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 / 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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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0회 작성일 16-02-12 12:41

본문

散花 / 정영숙

감나무 등걸에 붙은 매미의 허연 허물을 떼낸다

만지면 금방 바스라질 것 같은

한숨이 서린 빈 둥지 같아

차마 손바닥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희망으로 꽉 차 있던, 살과 피가 쨍쨍하던 몸은

다 어디로 갔나

감나무는 씨를 떨구면 이듬해에 다시 열매를 달 수 있으련만

내 몸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간 매미는

제 흥에 겨워 하늘에 대고 목청껏 노래 부르고 있구나

다시 돌아올 리 없는 빈 집

눈물과 한숨으로 촘촘히 짜던 생의 실오라기 풀어놓고

저녁 놀빛에 걸려 한순간에 허옇게 부서져내리는 

* 감상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세상에 태어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태어나는,
반야심경처럼, 매미에게서
윤회하는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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