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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1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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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42회 작성일 16-02-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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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1 / 장석주
- 죽음은 삶의 마지막 추신이다

내 몸에 죽음의 입구와 출구가 한께 있다
최근 내 몸이 벼랑이다
어머니가 몸 속에 넣어주었던 노래를
이곳 저곳 떠돌며 다 퍼내 써버리고
더 나올 노래가 없다
함부로 탕진해버린 그 노래들
혀는 낙엽처럼 말라버리고 말았으니
나는 내 유일한 악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시장 거리를 걷다가
수조 속에 몸을 반만 담그고 떠 있는 새끼 거북이를
날품팔이 노동자처럼 서서 바라본다
한 마리에 기백 원씩 팔려나갈
저 미천한 거북이에게 얇은 눈꺼풀이 있고
눈꺼풀 아래엔 작은 눈도 있다

그 눈은 우주를 보듯 나를 본다
그눈이
빈 몸 속에 장롱처럼 달려 있는
몇 개의 절망마져 꿰뚫어 본다

나는 아무것도 고의적으로 은폐한 적이 없다
그 거북이의 눈길 속에
나를 통째로 방임하고 돌아선다

죽음은
이 지상의 삶에 부치는 마지막 유일한 추신이다

* 감상
한 생 그저 덤덤하게 살면서
별로 한 것도 없어 뒤돌아볼 것도 없는 생
시장에서 기 백원에 팔리는
거북이 눈길  속에나 남아 있을
죽음이나 삶이나 거기가 거기인 생
천성의 노래를 함부로 탕진 해버린, 죽음 앞둔 음유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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