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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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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9회 작성일 16-03-31 16:58

본문

하지 / 고영민

까치가 짖고
고양이가 올려다보는 저녁이다

고양이는 이내
등뼈의 긴장을 푼다

너무 높다
너에게 가기에는

어린 사과나무엔
푸른 사과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어둠이 오고
사과나무의 까치가 가고
사과의 둘레가 가고
고양이가 사라진다

다 추억이다
이렇게 너랑 둘이 마주 앉아서
말을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어둠에 묻힌
사과나무의 지붕에서
오금저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은수저 / 김광균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은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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