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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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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64회 작성일 15-12-1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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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김영미

토닥 토닥 고분을 캐는 소리
늑골을 파는 소리
흙을 떨궈 내고 빗방울 모양이 曲玉을 가려
머리에 귀에 팔에 온몸이 찰랑이는 빗방울 여자를 거느리고

박물관 지나 土城을 지나 힌두사원 너머 몽골고원 그 남자 청동빛
부푼 근육을 지나, 북아프리카 그 여자 검은 유두를 지나 지구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 멀리 주술사가 두드리는 여음의 북소리를
따라

밤 내내 걸어가는 신라적 처녀를 따라 그녀가 채우는 놋쇠 요강의
질긴 가락을 따라, 백제 마을을 지나 백수광부를 부르는 여옥의 노래
소리를 따라, 열두줄 빗줄기로 두드리는 고구려적 그 여자 분첩소리를
따라, 여덟 구멍 강물로 이어지는 피리의 宮音을 따라 흐르고 흘러 여기
내 몸속으로

토닥 토닥 고분을 파는 소리
내 몸을 캐는 소리
고생대적부터 나의 그리움이
잠인 듯 꿈인 듯 무덤인 듯
오, 봉분처럼 둥근 그대 늑골 속으로

* 김영미 :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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