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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주유소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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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80회 작성일 16-01-08 12:24

본문

주유원의 장갑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장갑은 바닥을 움켜쥐고
앙상하게 잠든 주유원을 바라보고 있다
경쾌한 음악 사이로
주유원의 시선이 툭, 툭 끊어진다
속도를 담기 위해 멈추는 곳
주유소는 휘발유의
적막한 속도로 가득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화창한 도로 위의 주유소
출렁이는 속도가
주유구를 지나간다
속도를 주유하는 주유원의 손가락이
무료하게 흔들리고
검게 빛나는 타이어의 탄력이
싱싱하게 파닥인다

주유원은 백악기를 떠올려,
이제는 사라진
공룡의 질주를 상상하고 있다
자동차는 빙하기로 사라지기 위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유를 마친 자동차의 속도가
팽팽하게 펄럭인다. 주유원은
사라지는 자동차의 속도를 바라보며
빙하기의 죽음을 떠올린다
빙하기에 갇힌 공룡의 죽음이
주유원의 상상 속으로 들어선다

휘발유의 경쾌한 출렁임이
속도를 만드는 곳
주유원의 손금 위로
빙하기의 죽음이 느리게 지나간다. 주유소는
주유되지 않은 속도를 담고
고요히 웅크리고 있다
백악기 지나 빙하기로 들어서는
자동차의 느린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 감상
주유원은 사라지는 자동차의 속도를 바라보며
빙하기의 죽음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화자는 아마도 백악기를 점령했던 공룡이 빙하기를
맞아 사라졌던 사유를, 현 시대를 점령하고 있는
자동차의 명멸을 연관 지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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