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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시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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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34회 작성일 16-01-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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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시 / 황학주

옥수수밭 뒤로 노을이 소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갈아입지 않은 바지처럼
접히고 때절은 라싯나무 둥치 불록한 혹 속에서
회오리바람이 또다시 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등 굽은 지평이 따뜻한 줄로 알고
어젯밤 저기까지만 가자고 했다
바람이 돌자 사람이 기어나오는 것처럼
취한 나무들이 구름 밑에서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 말리면 내려올 것 같은 새집들이 매달려 있다

바람이 자면
희미한 소똥 냄새와 벗겨진 나무껍질 냄새가 건너온다
방금 눈앞에 있던 구름까지 단숨에 마셔버리지만
바람이 데려다 주지 않은 것은 물뿐이다

마지막 주소지엔 염소가 몇 마리 노을을 펼쳐두고 쪼그라든 젖꼭지를 떨었다
돌담이 있었으나 샘은 잊혀진 기억을 담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하루 종일 루시를 찾지 못했다
팔뚝이 묵직해지더니 눈두덩 위로 구름이 쏠리듯 그만 잠이 오고
가지 못하는 곳의 귓속말이 잠옷을 들고 오고
당신의 훌쩍이는 소리는 옥수수잎 속으로 나를 좇아들어오는
저녁빛 부드러운 아랫도리로부터 흘러나왔다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이 날 찾을텐데
그때에 응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구불구불 마른 샘 속으로 번져가는 당신의 꿈길 끝에서
반달은 옷을 벗고 나왔다

우리의 차가 달의 등을 따라 올라가니
이미 말라죽은 나무를 태연히 받아안고
물의 골짜기 루시의 안쪽을 달빛이 물결졌다
손 타지 않은 멍든 과일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 루시(lucy) : 가장 오래된 화석인류 중의 하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페렌시스의 애칭

* 감상
  화자는 가장 오래된 화석인류가 있다는 곳(박물관 또는 어떤 지역) 을
  자동차를 타고 찾아 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만종, 노스텔지어등의
  아름다운 은유로 표현하고 있는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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