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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무 아래서 / 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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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2회 작성일 15-09-11 15:37

본문

황금나무를 본다
저 나무는 세계수, 하늘을 향해 직립한 채
부채 모양의 금빛 葉片들을 쏟아낸다
나무가 이곳에 뿌리내린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저 금빛 환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족속이었을까

아까부터 젊은 연인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제단에 앉아 있다 저 신성한 이들의 황금시대를
기록할 문자가 나에겐 없다
다만 나는 내 안에 기식하는 너무 많은 것들을
금빛 바람 위에 실어 보낼 뿐이다

내 몸을 온 통 물들이는 황금나무를 보며
나도 몇 번의 제의를 거쳐 온 듯하다
마르고 헐벗은 가지가 푸르고 노란빛으로
거둡 생을 치장하는 동안
내게도 두어 편 격절과 비약의 연대기가 있었다
이제 나무에 기대어 나는 내가 꾼 꿈들이
신화의 어느 먼, 지금은 잊혀진
하나의 家系였다고 생각하며

투두둑 떨어지는 황금의 알들을 줍는다
저것들은 버리면 새들이 날개를 덮거나
미소가 피해가리라 진동하는 냄새는
새로운 탄생의 後景이었던 샘,
나도 언젠가 卵生의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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