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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석유!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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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5회 작성일 15-09-29 08:00

본문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 나를 꽃 피우세요

당신의 몸 깊은 곳 오래도록 유전해 온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

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

탐욕이 탐욕을 불러와요 탐욕하는 자의 눈앞에

무용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무력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온 몸으로 꽃이어서 꽃의 운하여서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었으면

찢겨진 매혈의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당신의 혈관으로 화염이 번져요

차라리 나를 향해 저주의 말을 뱉으세요

포화 속 겁에 질린 어린이들의 발앞에

검은 유골단지를 내려놓을게요

목을 쳐주세요 흩뿌리는 꽃잎으로

벌거 벗은 아이들의 상한 발을 덮을 수 있도록

꽃잎이 마르기 전 온몸으로 기름을 짜

어머니, 낭자한 당신의 치욕을 씻길게요

* 감 상
어머니, 나 때문에 온 세상이 벌벌 떨면서
무서워 하고 있어요
중동은 벌써부터 화약고 여서 악의 축이되었어요
아름다움은 자꾸 사라져가고 황폐함만 번지고 있어요
공자도, 예수도, 소크라테스도, 릴케도, 괴테도, 니체도 사라지고 있어요
어머니, 나를 빨리 이세상에서 추방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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