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몸을 만지다 / 강유환 > 내가 읽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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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몸을 만지다 / 강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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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2회 작성일 15-08-03 15:22

본문

안개 가득한 길을 걷는다
발 위에 떨어져 내리는 잎들
허기졌던 한철의 둥지를 버린
새들의 날갯짓 아직 남아 있어
소란스러운 지난날의 몸짓들이
안개 속에서 잘 드러나 보인다
색색이 물들어 지는 저 비밀들처럼
한때 수없이 나를 흔들던 소리들
소리도 오래 묵으면 높낮이를 알아
제 음을 짚으며 제자리로 내려앉고
잎 떨군 나무들 가지런히 모여
커다랗게 그물맥이 된 숲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풀려 나온다
이파리만 기억하는 이에게 나무는
비어 있는 몸에 가득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
깊어지는 숲 속으로 발을 옮겨
몸 흔드는 나무에 귀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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