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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여자가 있었으니 / 에바토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728회 작성일 16-05-02 11:17

본문

태초에 여자가 있었으니                            / 에바토트 



첫째날, 내가 추위에 몸을 떨며 캄캄한 암흑 속으로 나아가
잔가지들을 주워 모아 모닥불을 피웠을 때
그분께서 덜덜 떨며 동굴 밖으로 나와
모닥불에 손을 쬐면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있으라' 하셨다.

둘째날,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강에서 물을 길어다가
그분의 얼굴에 먼지가 묻지 않도록 마당에 물을 뿌렸을 때
그분께서 밖으로 나와
내가 손바닥에 부어 주는 물로 얼굴을 씻고 나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씀하시기를
'지붕 위를 하늘이라 부르고, 마른곳을 땅이라 부르며,물은 바다에 모이게 하자' 하셨다.

셋째날, 내가 일찌감치 일어나 열매들을 따 모으고
작은 씨앗들을 두 돌멩이 사이에 넣고 갈아
반죽을 만들고 빵을 구웠을 때
그분께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빵과 열매들을 드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땅으로 하여금 풀과 채소와 각종 씨 맺는 열매들을 키우게 하자' 하셨다.

넷째날, 내가 허둥지둥 일어나 잎사귀 달린 나뭇가지로
마당을 쓸고, 빨랬감을 물에 담그고, 단지들을 문지르고
연장들을 닦고, 자루 달린 긴 낫을 숫돌에 갈고 있을 때
그분께서 느지막이 일어나 말씀하시기를
'하늘에 빛이 있어 그 빛으로 낮과 밤을 나누자' 하셨다.

다섯째날, 내가 아침부터 뛰어다니며 구유를 채우고
말에게 건초를 주고, 양털을 깍고, 거위를 배불리 먹이고
염소들에게 풀을 뜯기고, 암닭들에게 줄 옥수수를 갈고
오리들 멀일 쐐기품을 베고, 돼지 먹일 부엌 찌끼를 데우고.
소젖을 짜고, 고양이에게 우유를 부어 주었을 때
그분께서 길게 하품을 하고
눈에서 잠을 부벼 내며 말씀하시기를
'모든 생물로 하여금 번성하여 땅을 뒤덮게 하자' 하셨다.

여섯째날, 찌르는 통증에 잠을 깬 내가 아이를 낳고
몸을 씻기고,포대기로 싸고, 젖을 먹였을때
그분께서 아이를 들여다보며 아이의 작은 손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잡게 하시고
자기를 닮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으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은 모든 것이 참으로 보기에 좋더라' 하셨다.

일곱째날,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깬 나는
서둘러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여 달랜 뒤, 불을 켜고
창물을 열어 실내를 환기시키고, 신문을 가져오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조용히 청소를 한 뒤
아침을 만들었다. 그때
커피 내음에 잠이 깬 그분께서 텔레비전을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씀하시기를
'일곱째날은 쉬자' 하셨다.

--------------------------
* 199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에바토트의 시집에 실린 시

* 감상평은 없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다시피요.
추천0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와는 전혀, 관련없는 영양가 없는 얘기지만

문득, 한 생각 떠올라서

흔히, 말하길
하나님 아버지 하는데...

우주법칙 상 모든 건 음양인데,
하나님 어머니도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하나님 어머니 종교와 이론 및 이단들도 많지요.

저는 답을 압니다만 밝히고 싶진 않습니다. 이단으로 개죽음 당하는 건 무섭지 않은데요,

궁금한 게 없어지면 사람은 그때가 죽은 목숨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모른 척 하고 삽니다. 아니 살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물리학에서 '암흑물질'과 '반물질'에 천착하는 이유도 그런 때문입니다.

아윈슈타인을 틈틈이 읽는데, '우주적인 감수성' 이라는 1930년 11월 기고문에서
그 어르신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서, '의인화된 신의 감수성'이 경직된 상태에서는 현대 감수성과
궁합이 안맞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딴말하면 영감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까봐 이정도로 그칩니다.

구글 탓에 제 호기심이 줄어가는데 큰일입니다. 생애 꼭 마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거든요. ㅎㅎ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튼, 저는 종교 항개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다행스러운지..
(최소한, 내가 그 무엇입네 하는 종교사기꾼들의 수입에 하등 보탬을 주지 않기에)

- 아마도, 다생겁의 전생 중에 좋은 일 쪼그만 거 하나는 한 거 같아요  (웃음)

湖巖님의 댓글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주 탄생은 성경 창세기의 천지창조설과
스티븐 호킹 박사의 빅뱅설이 있는데요
저도 안시인님처럼 무신론자라서 빅뱅설에 신뢰를 합니다만
시앙보르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저는 무신론자는 아니에요 (웃음)

스티븐 호킹은 말하길..

굳이 우주에 신이 있다면, 그것은 물리학 이란 말도 했지만

그건 호킹이 다소 무지해서 하는 말이고

무에서 유의 창조란 있을 수 없는 일

굳이, 석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연기법 緣起法) - 우주의 법칙

다만, 저는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된 신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쭉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

분명, 우주를 창조한 조물주는 있습니다

어디 창조뿐이던가요..
지금 현재도 끊임없이 우주를 주재하는 그 어떤 존재 (無始無終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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