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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너를 잃고 2편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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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88회 작성일 16-05-03 16:07

본문

죄와 벌                                                /  김 수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
[나무위키평] 이 시는 김수영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다룬 시이다. 김수영이 길거리에서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우산대로 후려팬 것이다. 그러고도 남이 보는 것만 걱정하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은 우산 놔두고 온 것을 아쉬워한다. 그런 와중에도 아내를 때린 것에 대한 아련한 후회와 자신에 대한 조소가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일은 한 번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김수영은 선린상업고등학교 야간을 졸업한 김수영은 일본유학시기에 학교선배인 이종구에게 얹혀 살았다. 이 이종구와 잘 알고 있던 것이 후일의 아내가 되는 김현경이었다. 김현경은 이화여전 영문과를 다녔고, 정지용에게 시를 배웠으며 프랑스문학에 심취했다고 할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이 있었다. 김수영과 김현경의 처음 만남도 스승과 제자에 가까웠다. 그러다 연인이 되었고, 1950년 30세 김수영과 결혼했을 때, 김현경의 나이는 25살이었다. 예술적 감수성이 있었고 김수영에게 시를 배웠던 김현경은 나름대로 당대 문단에서 아이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역시 한국전쟁이었는데, 결혼하고 터진 한국전쟁 때문에 김수영은 인민군에게 의용군으로 강제차출된다. 하지만 의용군을 탈출했던 김수영이 이번에는 한국군과 유엔군에게 서울 집근처에서 체포되어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문제는 의용군에 끌려간 상황에서 김수영의 생사는 묘연해진 상황에서, 아이를 김수영의 모친에게 맡겨둔 김현경이 이종구와 부산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김수영은 1952년 12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왔는데, 부산에서 가족을 만났을 때, 김현경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후에 김수영이 김현경과 이종구가 사는 곳을 찾아갔을 때, 김현경은 김수영과 같이 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 때, 김수영이 받은 충격과 절망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쓴다.

          너를 잃고                    /  김 수영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侮辱(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圓周(원주) 우에 어느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하나 다른 遊星(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한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億萬無慮(억만무려)의 모욕인 까닭에.


[나무위키평] 1954년 김현경은 이종구를 떠나서 다시 김수영을 찾아온다. 이후 김수영과 김현경의 삶은 부부라기 보다는 동거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김수영은 김현경을 사랑하면서도 분노했고, 복잡한 마음으로 살았다. 상단의 시 '죄와 벌'은 1960년대 초에 쓰여진 시이다.

하지만 김현경은 이후 김수영의 독자이자 비평가였으며, 의상실을 경영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등 상당한 예술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김수영이 죽고 45년동안 김수영의 시를 알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도 부인 김현경이었다. 이 김현경이 나중에 김수영을 그리면서 쓴 자서전이 바로 김수영의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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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감상평 : 은 무슨 얼어죽을, 할 분이 있더래도 ~~ 그렇다고 해도

 맑지 못한 나는,  맑은 시가 좋다. 김수영, 신경림, 신동엽, 백석, 정지용, 윤동주, 이육사...

개인사의 사적 공간에 굴복하지 않고 '거대한 뿌리'에 천착한 김수영님은 20세기 한국시의 '코드'다.
맑고 커다란 눈에서 '아내의 방'과 '거제도 포로' , 4.19 를 대하면 말을 잊는다.
그저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김수영 시인의 개인적 삶은 행복과는 십만팔천리 거리가 있었죠.

그의 시편들에 깔린, 그 어떤 자조적인 모드 Mode 역시 그 같은 삶의 배경에
한 영향을 받았을지도..

하지만, 결국 그는 한 개인보다 더 큰 것 (민중이란 거대한 뿌리)을 위해 시를 썼던 시인..

저 역시, 머리를 조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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