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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생 / 자크 프레베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06회 작성일 16-05-07 18:11

본문

열등생(劣等生) / 자크 프레베르


그는 머릴 흔들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으로 그렇다고 했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는 그렇다고 한다
그는 선생에게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는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별의 별 문제가 다 제출되었다
문득 그는 미칠 듯한 폭소를 터뜨린다
그는 그래하며, 모두를 지워버린다
숫자와 낱말을
날짜와 이름을
문장(文章)과 함정(陷穽)을
선생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등생 아이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모든 색깔의 분필을 들고
불행의 흑판(黑板)에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Jacques Prevert (1900 ~ 1977)

프랑스의 시인. 시나리오 작가.
상송,'고엽枯葉'의 작사가
詩集으로는, <말 Parols> <이야기 Histories>
<스펙타클 Spectacle> <잡동사니 Fatras>
<흐린 날과 개인 날 La pluie et le beau temps>
<사물과 다른 것들 Choses et autres>
<밤의 태양 Soleil de nuit> <이 사랑Ⅰ,Ⅱ > 等


----------------------------

<감상 &생각>

정원을 잘 가꾸는 사람(예컨데, 핑크샤워님 같은 분)의 말을
인용하자면,
식물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건
영양이 적당히 결핍되어 있는 환경에서라고 한다

너무 결핍되면 말라버려 죽지만, 적당히 결핍되면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열매도 잘 맺는다는 것

오히려 결핍이 하나도 없는 식물은 이파리만
무성해질 뿐 어떤 꽃도 잘 피우려 하지 않고,
열매도 잘 맺지 않는다는 것

토마토의 例를 들자면, 그 열매를 맛있게 하려고
아주 어린 토마토가 열렸을 때 바늘로 작은 상처를
내 준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토마토는 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뿌리 쪽에서 양분을 끌어올려
병충해에도 잘 견디고 맛도 있는 토마토를 만들어낸다는 것

따라서, 결과적으로 보자면 다소의 열등한 조건이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보다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

요즈음의 시대는 사람들에게 무한(無限) 경쟁 속에서
모든 면에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결함이 없는,
우등생(優等生)이 되라고 강요한다

그건 심지어 대.여섯살의 꼬맹이들에게까지 예외가 없다
(유치원생을 위한 수 많은 각종 보습학원들을 보라)

애들이 아예, 누렇게 뜬 채 쩔어서 산다

자연히, 싹수도 노래진다
그렇게 성장해 가니,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이 된다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건 이제,
이 시대의 필사적인 구호가 된지 이미 오래이다

너의 不幸이 곧, 나의 幸福이 되는 시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남들을 밟아서고
경쟁에 꼭 이겨야만 하는 시대

하여, 이 시대에 있어 열등생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며 마땅히 도태되어야 할,
필요없는 存在로 인식된다

도대체 무엇이 진정, 우월하고 열등한 것인가

날이 갈수록 그 영혼이 건조해지고,
삭막한 기계인간(機械人間)이 되어
살아가는 게 우월한 인간인가

비록 열등생(劣等生)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차가운 기계인간이 아닌, 따뜻한 가슴을 지닌
진짜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리고 人生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

바로 그 소중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따뜻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면 좋겠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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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이 어게인, 청출어람, 리플 !

누가 이 시대에 감히 '열등생'을 위해 시를 적을까요.
겸허하게 만듭니다.
시가 외면 당하는게 아니라, 시가 그딴 종자들을 외면합니다.
나이가 좀 들면, '경쟁'이 부질 없다는 걸 알텐데요...
선의의 경쟁은 필요합니다만... 진정한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래 올리신, 시를 읽다가...

그 언젠가 감상했던, 이 시도 떠올라서요 (웃음)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시앙보르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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