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 이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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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6회 작성일 16-06-08 04:13본문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이은림
유유히 내일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한 떼의 어제가 몰려온다, 낡은 무덤을 찢고 입속의 쌀을 퉤, 뱉으며
일어서는 사람들을 끌고,
산부인과 마다 배부른 여자들은 두 다리 벌리고 드러누웠다, 사방팔방에서 기어오는 아이들, 내가 살던
자궁은 잘있었나, 출렁대던 내 옛집은 안녕한가, 응얼거리며 여자들의 다리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산부
인과 밖을 활보하는 아이들, 이 되어가는 여자들, 어제는 저 자궁들처럼 텅, 비었다
오동나무 관이 너무 비좁아서 나는 썩지 못했다,죽어서도 기억나는 것이 너무 많았고, 터질 듯한 기억 때
문에 더 죽어있을 수 없었다, 한 걸음씩 다가오면서 나를 갉아먹는 여자들, 나는 내일의 기억들로만 가득
채워진 내일에서 온 사람이지만,
뒤로 걷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 칭얼대는 아기가 되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끌벅적한, 이 거리가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저만치 스물두 살의 배부른 엄마가 누워있다, 내가 들어가기 알맞게 열린,출렁이는 내 옛집 입구, 어제의
바닥을 향해 이제나는 본격적으로 내려가 볼 참인데,
* 이은림 : 2001년 <자가세계>로 등단
유유히 내일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한 떼의 어제가 몰려온다, 낡은 무덤을 찢고 입속의 쌀을 퉤, 뱉으며
일어서는 사람들을 끌고,
산부인과 마다 배부른 여자들은 두 다리 벌리고 드러누웠다, 사방팔방에서 기어오는 아이들, 내가 살던
자궁은 잘있었나, 출렁대던 내 옛집은 안녕한가, 응얼거리며 여자들의 다리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산부
인과 밖을 활보하는 아이들, 이 되어가는 여자들, 어제는 저 자궁들처럼 텅, 비었다
오동나무 관이 너무 비좁아서 나는 썩지 못했다,죽어서도 기억나는 것이 너무 많았고, 터질 듯한 기억 때
문에 더 죽어있을 수 없었다, 한 걸음씩 다가오면서 나를 갉아먹는 여자들, 나는 내일의 기억들로만 가득
채워진 내일에서 온 사람이지만,
뒤로 걷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 칭얼대는 아기가 되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끌벅적한, 이 거리가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저만치 스물두 살의 배부른 엄마가 누워있다, 내가 들어가기 알맞게 열린,출렁이는 내 옛집 입구, 어제의
바닥을 향해 이제나는 본격적으로 내려가 볼 참인데,
* 이은림 : 2001년 <자가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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