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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없다 /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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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29회 작성일 16-09-09 23:41

본문

천국은 없다
 
  
  사랑은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믿는 자들. 합성섬유가 그 어떤 가죽보다 인간적이라는 걸 모르는 자들. 방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천국은 없다.
 
  사랑이 한때의 재능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인간에게 아주 빨리 온다. 신념은 식고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언제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생각보다 아주 짧다. 다행히 지칠 시간은 없다.
 
  탑의 기억이 사라질 즈음
  세상엔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
  지긋지긋한 어떤 날이.

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2012)




#감상

  낯선 느낌은 우리가 진리라고 인식하던 것에 대한 배반에서 온다. 이 시도 그러하다. 사랑의 환상에 대한 훌륭한 배반. 마치 어린 아이에게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비열해 보이기도 한다. "사랑은 항상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오며, "합성섬유가 그 어떤 가죽보다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결국 "천국은 없다"며 설파하기도 한다. 천국은 없으며,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지니는 단독자다. 하나의 사람은 하나의 종교이며 사상의 결정체이다. '사랑은 한 때의 재능'일 뿐이며, 당신의 '신념'은 쉽게도 '무너진다'. 불변의 완전한 신념이란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무너질 때는 늘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지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독법이지만, 세상은 늘 새로운 경험을(좋은 경험이던 나쁜 경험이던) 제공한다. 지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그 쏟아지는 것들은 비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다. 일상은 '지긋지긋'하며 신념이 무너지는 기억을 잊어갈 즈음 다시 일상이 찾아온다. 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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